작가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지만, 여행과 마찬가지로 인생 역시 사진보다는 기억에 의존하는 게 더 좋다. 기억을 더듬다 보면 좋은 시절, 나쁜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시절이 이제 모두 지나갔다는 사실도. 그래서 누군가 어떻게 살았느냐고 묻는다면, 우선 나빴던 시절을 떠올리고 그 시절이 모두 지나갔다는 사실을 알려줄 것이다. 그다음에는 좋았던 시절에 대해 말하리라.
기억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말한다. 포토샵이 사진의 노출을 보정하듯 기억은 과거에 관한 판단을 보정한다. 좋았던 시절은 더 또렷하게, 나빴던 시절은 더 흐릿하게 혹은 그 반대로. 그제야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삶을 바라보느냐, 더 나아가서 어떻게 말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