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배받지 않는다
마리아 자이데만 지음, 주정립 옮김 / 푸른나무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다른 전기나 평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이 책은 특이한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로자 룩셈부르크 개인의 모습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어 서술했다기 보다는 연인 레오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시작은 레오와 로자 각자의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풀어가고 이다. 하지만 곧 이들의 삶이 중첩되는 과정을 묘사하며 책의 끝까지 이들이 주고받은 편지며, 삶의 궤적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흐름을 이어나간다.

이러한 서술 방식의 효과는 로자의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혁명가 로자의 이름 앞에 항상 따라다니는 '여성'이라는 수식어는 역사에서 배제되어 왔던 '여성'의 이름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수식어이기도하지만 역으로 역사에서 배제되어 왔던 여성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권력의 의미를 가지는 '여성'이라는 단어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흔히 여성의 삶을 다루는데 빠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문제를 통속적으로 풀어내지 않고, 삶의 문제에 녹이면서 혁명과 사랑의 문제가 로자에게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따라서 혁명에 대한 열정이 사랑과 어떠한 연관을 지으면서 전개되었으며, 그 결말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는 것도 효과적인 독서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로자가 행동가이면서 뛰어난 이론가였다는 점이 잘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자의 이론적인 우위성은 책에서는 활동의 영역에서 간간히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남녀의 '사랑'을 근간으로 서술되는 까닭에 건조한 기존의 전기와는 다른 점을 찾을 수 있고, 이것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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