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강혜영 그림 / 돌베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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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보러 갑니다.
아들녀석의 발길은 마트안 과자코너로 달려가고 있고 어느새 몇개 낼름 집어와  넣어두고는 징그러운 애교를 부립니다. 달콤한 과자야 저도 마다하지 않는 편이라 관대한 표정으로 넘어가는데 과자의 종류가 그렇게 많아도 실은 거의 검증된(?) 것들 위주로만 사다 보니 가끔 색다른 맛을 느끼고 싶어서 수입과자 전문점에 들러 종류별로 골라 오기도 하지요. 제가 사는 동네에 있는 가게에는 나름 규모가 큰 편이라 다양한 나라에서 수입해 온 녀석들로 입맛을 다시게 하는데요 그 중에 가끔 프랑스과자를 골라 오곤 합니다. 어쩐지 다른 과자에 비해 굉장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지게 하는데 아마도 과자는 역시 프랑스가 원류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되어지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글쎄요. 정말 과자의 원류는 프랑스가 맞은 것일까요. 오랫동안 프랑스는, 아니 현재도 속지주의를 즉, 혈통을 기준으로 해서 국민이 되는 게 아니라 자국 영토에 들어와 사는 사람을 기준으로 국가가 형성되기 때문에 프랑스라는 경계가 비교적 넓고 느슨하게 열려 있다고 합니다. 즉슨 다양한 인종이나 문화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상대주의적 정신이  이전부터 내려온 바, 받아들여서 동화시키는 나라인 프랑스가 역사를 움직이는 문화의 힘 때문에 그러하다고 생각되어진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약탈의 명수(저자의 말을 빌어보자면)인 프랑스는 이탈리아 나 스페인 등 곳곳에서 가져온 것들로 과자를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마르셀 프루스트의 위대한 장편소설인 '잃어버리 시간을 찾아서'에서 소설의 시작점이 되는 중요한 것이 바로 가리비처럼 긴 부드럽고 촉촉한 과자 마들렌인데요. 이 과자의 유래는 논란이 분분합니다만, 통상 폴란드 연회에서 비롯한 것이 확실하다고 합니다. 19세기 중반 마들렌의 명성이 파리로 퍼져 나가면서 이후 저녁식사 후에 마들렌을 먹는 것이 귀족들의 습관이 되었고 이리하여 마들렌은 파리의 과자가 되었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과자가 되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과자는 일상적인 것과 비 일상적인 것 중 오래전부터 후자에 속해져 왔습니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쉽게 접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만드는 것 조차 금지되어 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과자라고나 했을까요. 지금도 카톨릭의 세례시 먹는 우블리(동전만한 하얀 얇은 성체 과자)나 오스티아는 예수의 은총을 나누고 구원을 받기 위한 귀한 과자로 인정 받기도 합니다.  


여튼 이쯤해서 같이 읽고 있는<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와 비교를 해보자면 여기에는 프랑스 역사에 대한 이야기의 깊이가 훨씬 더 많고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데요. 역시 저자가 프랑스에서 유학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확실히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사를 배울때의 비중이 프랑스쪽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 파스타 편은 사실 이탈리아의 역사라기 보다는 파스타의 역사쪽에 근접한 면이 있습니다. - 것이라고 이해할 수 밖에요. 그럼에도 불고하고 저자는 끊임없이 프랑스의 역사와 과자의 상관성에 대해 근사하게 다리를 놓고 연결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이 맛나는 책은 한번 손에 쥐면 쉬 놓아주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주말 오후에 커피 한잔을 내려 과자와 함께 먹으면서 읽으면 정말 근사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비가 내려 쌀쌀한 오후에 쇼파에 누워 라디오를 들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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