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 전복과 반전의 순간 1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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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어디에서 착각을 했던 걸까요? 저는 강헌님이 책을 여러 권 내신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요는 제가 음악 관련 책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에 비해 제가 강헌이라는 이름을 어디에선가 많이 들어 꽤 익숙해 있었다는 건데 가끔 방송매체나 벙커에서 들었던 코딱지 만큼의 관심도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워낙 말을 잘하시는 분이라 기대에 걸맞게 책이 너무 재미있어 다소 놀랐습니다.

 

 

 일부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즈를 속칭 고급진(?) 음악으로 로큰롤, 락을 10대나 즐기는 천박한 - 아이들이 즐기면 천박하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 음악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음악에 정통하지 못한 저 같은 사람에게 재즈와 로큰롤은 한 뿌리이며 노예의 후손인 하층게급인 아프리칸 아메리칸에서 연유되었다는 놀라운 사실과 더불어 전복의 역사로서 재즈의 탄생과 더불러 재즈가 진정 무엇인지에 대해 개념을 콕 잡아 줍니다.  간단하게 말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클래식은 그냥 엄격한 음악이요. 재즈는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에서 기인하다고 하는데 사실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숨어 있더군요. 재즈의 고향이라 일컫는 항구도시인 뉴올리언스에는 스토리빌이라는 매춘 밀집 지역이 있었다고 합니다. 책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새로운 도시에 욕망을 찾아 나선 젊은이들을 속칭 삐끼가 데리고 가 오랫동안 머물수 있게 하는 정말 처절하게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음악 - 강헌님은 여기에서 재즈를 우리말로 꼴림이라고 번역하려고 합니다만.. -

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필요했던 악기... 이 슬픈 미시사 음악역사를 읽노라면 꽤 가슴이 메어집니다... 

 

아,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막연하게 알고 있던 재즈의 스윙에 대해 강헌님은 명쾌하게 설명해 줍니다. 어디 음악이나 그 느낌을 몸으로 체득하지 못하면 표현해 낼 수가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가난한 흑인들의 음악이었던 재즈를 돈이 될만하니 백인들이 쓸어가는 이상한 구조의 역사 - 뭐 어느 나라도 대부분 그렇지만... - 의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일예로 1970년대 전 세계를 뒤흔든 디스코는 흑인 게이의 공동체 문화였지만 돈을 번 이들은 비지스와 존 트라볼타와 같은 백인들이고 그것은 힙합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 입니다. - 힙합은 이후 그나마 흑인들이 영역을 거의 확실하게 잡아가긴 했다는 재 생각이지만 역기 그 시스템에서 돈은 버는 것은 백인이지요. 이건 인종차별 발언하고는 다른 이야기 입니다만...

 

 

여튼 재즈가 슬슬 예술로 승화(?) 하며 대중들과 멀어지는 순간 나타난 로큰롤은 순식간에 어른들의 세계를 무너뜨리게 되는데 - 뭐 그러한고로 아직까지 옛날 어른들은(아... 이 범위가 참 애매합니다만... ) 아직도 본인의 가진 기득권의 세력을 저해하는 사탄의 음악이라고도 하더군요 - 그 기반에는 1950년대 풍요와 번영을 누렸던 백인 중산층의 자녀들이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로크롤이 일부 유행하지 못하고 사그러져 간 대신 통기타의 시대가 열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린 그 당시 졸라 가난해서 씨바 그 비싼 악기를 사고 앰프를 달 수가 없었다는...)  뭐 아시는대로 강헌님이 주제로 잡은 마이너리티가 문화의 주인이 된 시대에 지금 살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이여기를 맛나게도 잘 풀어 재낍니다. 멋진 형님이시네요 ^^     

 

 그리고는 슬쩍 1970년대 우리나라 청년문화의 바람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 요즘 아이들이 정말 부러워할만한 속칭 현재는 꿀빠는 세대였다고 하는 삼촌세대.... 정말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  지금은 의외로 팝을 듣는 아이들이 거의 없지만 1960년대 말 이후부터 슬슬 과열되기 시작한 입시경쟁으로 심야 FM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문화가 생긴 덕에 당시에는 팝송만 주구장창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이들이 당시 가요라고 하던 노래들이 흔히 말하는 뽕짝 이외에는 없었으니 당연하게도 말도 못 알아먹지만 뭔가 근사해 보이고 흥겨운 비틀즈나 밥 딜런의 노래를 들을 수 밖에 없었을 듯 싶기도 합니다. 그러다 흔히 세시봉 세대라고 일컫는 통기타 문화가 급속도록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겨우 뭔가 청년들이 들을만한 노래가 나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외 당시 정권에 찍혀 노래가 금지되고 가수들의 핍박에 시달린 사연을 읽다 보면 아... 우리 윗 세대들이 얼마나 자유롭지 못하게 살아왔는지 다시금 깨닫게도 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강헌 선생만의 독특한 시대적 문화에 대한 평이 맛깔나게 들어 있는데요. 가령 1980년대 10대 여고생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수용 형태(성적 정체성)를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가령 내가 남자를 밝히는 여자가 아니고 진짜 노래를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스타가 필요했는데  좋아하는 오빠의 사진을 방 안에 붙여 놓았을 때 엄마가 들어와서 음.. 괜찮네. 우리 딸년이 미친년이 아니구나 하고 어른들이 인정할만한 수 있는 - 예를 들어 변집섭. <- 제 의견은 아닙니다 - 스타만 크게 성공했고 박혜성이나 김승진같은 잘생긴 꽃 미남은 크게 성공하지 못한 못했다고 정리합니다. 당시 시대상 분위기상 충분히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당시에는 그렇게 은폐해야만 어른들에게서 살아남았다고 하는데 그것을 깬 세대가 바로  X세대 - 씨바 좋으면 그냥 좋다고 해 -라고 정의 하는데 딱딱한 평론이 아닌 당시 대중들의 생홯상을 그대로 들여다 보면서 쓰는 글이라 흥미와 더불어 재미도 있습니다.

 

 3장은 클래식 속의 안티클래식을 주제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 인데 솔직하게 저는 클래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음에도 술술 읽혀 읽혀졌습니다. 클래식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 잡는 계기도 되었고 그 둘의 숨은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4장인 두개의 음모 <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 속에 숨은 비밀에 관한 이야기 - 예전에 모 TV에서 이에 관한 음모론적 이야기인 윤덕심이 과연 자살을 했는가에 대한, 혹은 둘은 연인관계였는가에 대해 방영한 것을 본 적이 있는 터라 관심있게 읽어보았는데 강헌 선생은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배후와 그 배경에 대해 폭로(?) 하였는데 사실 관계를 떠나 일제 치하에서 살았던 우리 민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 나와 씁쓸하기도 하고 여튼 가볍게 한 꼭지씩 읽어 나가자 마음 먹었는데 한번에 쭈욱 읽어내릴만큼 재미가 있었습니다. 강헌님의 팟 캐스트를 들으신 분이라면 당시 기억을 상기하여 페이지를 넘기는 맛도 꽤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 휴가에는 에어컨 틀어 놓고 늘어지게 누워 이런 책을 읽는 맛이 개인적으로 최고라 생각이 듭니다.

비싼 돈 들여가며 더운 곳에서 낯설은 곳에서 숙박하고 부대끼느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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