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로 살아보기 -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오프라인으로 지낸 40일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김정민 옮김 / 율리시즈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퇴근 길에 지하철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러면서도 휴대폰 진동을 놓치지 못한다. 어떨땐 문자가 초단위로 들어오기 때문에 바짝 긴장을 해야 할때도 있다. 200건의 무료문자 중 발신은 한달동안 32건 - 거의 카톡으로 처리하다 보니 그렇다 치자 - 수신문자 3026건. 6월이 가 가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평균 한달에 3500건 정도 문자를 받는데 90% 이상이 자동으로 날아오는 일종의 스팸문자이다.(스팸문자라 칭한 건 회사내에서 SNMP에 등록되어 있는 내 번호로 각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사용률, 장애, 이벤트, 신지어는 세시간에 한번 씩 받는 전력예비용량 및 회사내 사용률까지 포함하여 결코 놓칠 수 없는 볼 수 밖에 없고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문자이기 때문이다. 무시할 수 없지만 지겹게도 날아 오는.....)

 

   메일은 답이 없다. 회사메일 계정은 철저하게 일적인 용도로만 알려주고 사용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종일 메일 쳐다보다 끝날 것이다.(다행히 회사 메일은 매우 비싸고 강력한 스팸 필터링을 사용해서 정말 일적인 이외의 것은 들어오지 않는다. 문제는 거의 쓸모없는 회사 공지사항 - 경조, 사조, 돌잔치, 회장님께서 친히 뮤지컬 티켓 거액이벤트 하면 답글 다는 것 까지... 이건 공지사항 팝업을 없애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 같은 것이 이 하루에 수십통도 넘게 날라온다는 것...)  사적인 개인메일은 아주 친한 이들에게만 공개하고 사용하지만 웹메일의 스팸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어디 가입하거나 인증하거나 그닥 중요하지 않을 경우 써먹는 메일계정, 그리고 기타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메일까지 보자면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은 메일을 보거나 답을 쓰거나 업무지시를 내리거나 공지를 하거나에 보내게 되는데 대략 구글계정까지 치자면 다섯개 이상 메일을 매일 열어보고 삭제하고 답을 다는 셈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예 거의 pc를 켜지 않고 좀 해방되는 편이지만 월요일엔 정말이지 이틀간 쌓이는 메일 정리하는데에만 오전을 다 보낼 지경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라면 겪는 이 짓을 매일 매일 해나가고 있다.  [아날로그로 살아보기]의 저자는 독일인 이지만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똑같이 인너텟에 메일에 스마트폰에 치여 살다 어느날 문득 이 모든 것을 치워 보고 살아보리라 결심한다. - 음... 이건 언론인이고 기자라 가능한 일인 듯 좀 부러운 환경(?)이라고나 해야 할까...

 

  저자의 40일간 인터넷과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는 과정을 읽다 보면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책에 몰두하게 된다. 아마 나라면 거의 불가능 하지 않을까..... 회사에선 잘리지 않을까. 순식간에 피드백을 주거나 받거나 디파인된 업무에 수시로 변동사항을 체크하느라 정신없을때가 다반사인데 말이다. 

 

  아주 가까운 사람(가족 빼고는)핸드폰 번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외우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하루에 다섯번 이상 통화하는 나의 상관 핸드폰 번호는 내 스마트폰이 사라지면 전화하지 못하리라..... 가만히 생각해 보자면 희한하게도 독일의 이 사람이나 나나 아니면 삼십대 이상의 사람들은 우리가 스무살 이전에 사용하던 집전화는 설핏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친한 친구의 핸드폰 전화는 검색해야 하지만 그 녀석 집 전화번호는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니 말이다.    

 

아무것도 못 할것 같고 두려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조금 불편할뿐 그에 비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받으리라.  가장 인산 깊었던 것은 아미시 마을에 관한 글이었는데 그들의 생활방식은 나에게 잔잔한 충격과 동경을 가져다 주었다.

 

거기에 온라인 뿐만이 아니라 어디에서고 인간이 친구로 둘 수 있는 범위가 150명 내외라는 던비박사의 150명 친구 이론엔 고개가 끄덕 끄덕... 거기에 덧붙여

 

" 여성은 소통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이고요. 반면에 남자는 가끔 만나죠. 그리고 떡실신 될때까지 술을 마십니다. 그러다보면 우정은 공기 중에 사라지고 마는 거지요."   

 

 젠장 부정하고 싶긴 하지만 대강 남자들은 정말 다수가 저렇다.

 

  [아날로그로 살아보기]는 간접경험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꽤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다. 딱딱하지 않게 일반인들에게 낯선 이론을 제 실생활에 살짝 곁들여 이야기로 풀어내기도 하고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명확하게 주제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스마트 폰 정도는 만지작 거리지 않으며 살 자신이 있다고 자신하지만 실제로 이 책의 저자와 같이 기한을 정해놓고 생활한다면 아마 꽤나 곤란하고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전원생활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었고 지금도 다시 돌아가 사기를 은근히 바라는 나이지만 뭐 실제와 머릿속 생각은 천지차이니까 말이다. 마치 워크샵에 갔다 오랫만에 공을 차는데 이미 마음은 공을 잡았으나 몸은 고꾸라져 어깨 인대가 늘어나 고생하고 있는 우리 부장님처럼.....

 

어쨌든 인터넷을 줄이고 스마트 폰을 고만 만지작 거리고 그 시간에 사람을 만나고 소통을 하고 주위를 돌아보자 라는....  - 사족이지만 스물 몇살 먹는 요즘 녀석들 대다수는 아마 이 책을 이해하지도 하려고도 않하리라...  [아날로그로 살아보기]는 80년대 아래의 인터넷 공해로 찌들은 우리 세대들에게 바치는 진정한 치유서가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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