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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ㅣ 펭귄클래식 14
김시습 지음, 김경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나 죽은 뒤 내 무덤에 표할 적에
꿈꾸다 죽은 늙은이라 써준다면
나의 마음 잘 이해했다 할 것이니
품은 뜻을 천년 뒤에 알아주리
나의 삶 (我生) - 김시습
사랑은 미몽처럼 어지러우나 달콤하고 깨어난 후엔 슬프다.
현실과 어긋난 삶은 비극적이다. 그러함에도 타협하지 않는다.
내 살아가고 싶은 대로 살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내 사랑은 우울하다.
양생이 이러하였고 이생이 그러하였다. 그럼으로 사랑은 고독해 진다.
홍생의 부벽정에서의 짧은 만남은 영원의 채비를 서두르지 않았던가.
한 그루 배나무 꽃 적막함과 짝하여
가련하게도 달 밝은 밤을 저버렸네
청춘에 홀로 누운 외로운 창가에 누웠는데
어디서 귀한 님 피리를 불어주나 - P.7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그것이 어떤 사랑인지 따위는 알 수 없다. 귀인의 사랑이어도 좋다. 나는 단지 사랑하였을 뿐이다. " 그대의 천도제에 힘입어 이미 다른 나라에서 남자로 태어났습니다. 이승과 저승이 덜어져 있지만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대는 다시 불법을 닦으셔서 함게 윤회를 벗어납시다." 사랑은 이리 짧게 흘러갔고 이별을 고했으며 슬픔을 남긴다. 그가 어떻게 세상을 마쳤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생이 이어서 읊조리기를,
뒷날 우리 사랑이 새 나가면
비바람 무정하게 불어닥치리니 또한 가련치 않은가 - P.32
사랑은 처음부터 불길한 기운을 자아낸다. 이생은 원형질의 무의식 속 불안함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다. 사랑은 지키려는 자의 몫인가. 여자는 스스로를 지키고자 스스로를 버렸고 스스로 이생을 찾아 온다. 그리고 사랑을 나누고 어쩔 수 없음에 떠나가고 만다. 꿈은 깨어났고 그는 절망하여 병이 들어 죽어간다.
양대에서 맺은 운우의 정은 한바탕 꿈속
어느 때나 옷소의 팔찌를 보게 될까
강 물결 무정타 해도
흐느끼며 이별의 강기슭 흘러가네. - P.67
아스라히 생각해 보니 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생시인 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았던 홍생은 어찌 하였던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모두가 이승과의 사랑은 아니였구나. 그런 것 따위가 뭐 어쨌다는 것인가. 나는 책장을 가만히 가만히 쓰다듬고 만지며 쓸쓸하게 홍생의 시귀를 속 죽여 읽어 본다. 나는 그러함에도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이지...... 그냥 되는대로 물어 보다 별안간 얼굴이 벌겋게 되어 허허 웃고 말았다.
남염부주지 와 용궁부연록은 빼 놓았지만 시감이 어찌나 착착 들어 감기는지 원 ^^
ps. 펭클 코리아에서 도서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