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위의 불길 1 - 휴고상 수상작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8
버너 빈지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아해는 졸린 눈을 비비며 책을 뒤척이고 있다. 간간히 웃음을 터뜨리며 - 제 나이에 비해 난이도가 있는 책인데 꽤 재미있게 읽어대는 듯 하다. 한 서너번은 읽어서 설핏 머리속에서 장면 장면이 그려지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 근 삼 십분을 꼼짝않고 앉아 있다. 기실은 마눌께서 밀린 학습지를 하라고 압박을 가했더니 책 좀 보고 할께요... 요런 핑계를 대고 앉은뱅이 책상 머리 내 맞은편에 앉았던 것이다. 요즘 아해 녀석들은 우리 세대보다 훨씬 재미없게 (사실은 선행학습에 치여 산다고나 할까..) 사는 것 같다. 
 

  오전에 택배로 날아 든 책을 거의 반 이상 읽어나간다. 간만에 행책이다. 행복한 책읽기의 열 일곱번째 책인 '이계의 집'이 재작년 8월에 나왔으니 근 18개월 만인가.  간간히 sf단편선만 읽다가 -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장르라고 부르면 대답함' 이었고 이 후엔 약간의 인문학 관련 책과 밀린 순문학 쪽을 서너달 뒤적였는데 행책 싸이트가 좀 이상하여 한동안 들어가지 않아 출간되었는지 모르다 간만에 들렀다가 소식을 듣고 바로 GET !

 버너 빈지는 꽤 생소한 작가이지만 스페이스오페라 류의 SF를 좋아라 하는 나로서는 일단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싶었다. 사전 준비(?)를 착실히 이행하고 읽기 시작한 덕분으로 막힘없이 죽죽 읽혀나간다.  뒷장에 언급한 용어 사전을 꽤 오랜시간 동안 봐 둔 보람이 있었다. 외계 종족인 다인족(The Tines)에 관한 명칭의 (가구가락 적인 음차표기라... 이 부분에서 꽤 유쾌한 기분이 들었는데, 아시겠지만 코카콜라의 중국어식 발음이다. 곁가지로 펩시콜라는 ?  XX가락이다. XX가 뭔지 궁금하신 분은 검색해서 찾아보시길~) 
 

  "심연위의 불길"은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참 마음에 든다. 그리고 대략 난감하게 초반에도 죽고 중반에도 죽고 하여 몇의 인물들로 이야기가 응축되어 재미가 배가 되어 가는데 각 장의 단락마다 인물의 시점에 따라 상황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미 다른 여러 책에서도 이런 다양한 시점 변화를 선보여 왔지만 스피디하게 각 단락당 장면 전환을 보여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스토리셀링 능력이 대단한 듯 싶다. 이를테면 다인족에 사로잡힌 요한나와 예프리가 박피사와 목각사 영역에 각각 살면서 묘사하는 시점과 다인족의 위크래크스카와 강철경, 암디가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시선 등 등. 거기에 감히 상상하지 못할 범 우주론적 은하계 내에서의 역외건과 초월계의 묘사는 기존에 나왔던 어떤 SF소설과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광대하다. 아예 지구란 단어 조차 한 두번 나올가 말까 한 철저한, 은하계 중심으로 이야기는 계속되어진다.
 

  92년 발표한 시점 덕분인지 지금은 거의 사멸하다시피 한 각종 [뉴스그룹]이 통신의 매개체로 나오는 것이 나에겐 좀 아쉬웠지만 당시엔 월드와이드웹의 초창기라고 볼 수도 없을만큼 열악한(지금에 비해서) 환경에서 당시 소수의 인원들이 모여 만든 바이너리 그룹이 - 대략 새로운 소식이나 의견을 게시할 수 있는 - 폭발작으로 증가해 이후 대세로 굳어질지 모른다는 작가의 생각은 존중할만 하다. 간혹 세월이 약간 지난 - 물론 지금도 많이 쓰이긴 하지만 - 용어도 나와 재미있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 별로 스포일러 될 것이 없어요. - 어느날 인류의 먼 후손들이 고대 지식이 담긴 양자레벨의 정보가 뭍혀 있는 행성을 발견하고 발굴하던 중 소위 역병(2급 기형체라고 하지만 후엔 초월계의 신선까지도 죽일 수 있는 막강한 신 같은 존재)이라고 하는 무의식의 초자아가 50억년 전 지배자로서 다시 부활을 꿈꾸고 이를 알아챈 발굴팀의 소수 인원들은 이 어린 존재가 더 커나기 전 대항체를 들고 탈출을 시도하는데 성공하나 낯선 원시 문명체가 살고 있는 행상에 불시착하게 되고 이 곳에 살고 있는 개를 닮은 지성체가 습격을 가해 부모님은 목숩을 잃고 아들과 딸은 각기 적대적인 국가인 박피사와 목각사에 의해 본의아니게 헤어지는데..... 한편 초자아는 단시일내에 성장하여 역외건의 모든 문명을 초토화 시키며 릴레이 항성계까지 침범하고 이 녀석의 대항체가 불시착한 우주선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브리니미 기구의 인류 연수생 라브나는 신선이 재미삼아 만든(?) - 차후에 아마도 신선의 파편이 되어 무엇인가 중대차한 일을 하겠지만 - 팸과 스크로드라이더족 교역상인인 블루셀과 그린스토크와 함께 조난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예프리를 구하러 간다. 다인계에 살고 있는 집단 지성체인 두 무리는 인류의 지혜를 빌어 서로를 정복하려 하고 드디어 원시 문명체에서 화약을 이용한 대포가 만들어지게 되며 그 둘의 싸움은 목전에 이르게 된다... 2 권에서 계속..  

  사실 줄거리로 보자면 꽤 단순한 내용이지만 실제 읽어보면 그리 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쿼런틴' 이나 '중력의 임무' 처럼 하드한 SF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말랑말랑하지 않는 적당한 수준이다. SF가 가야할 길.... 즉, 은하계에 엄청나게 다양한 지성체의 당연한 존재와 그들과의 어울림, 그리고 우리가 신이라 부르는 (여기에선 Power라고 불리우는 [신선] 초월체의 이야기는 마음을 열고 읽지 않으면 안되는 무한한 상상력의 산실인 것이다.

"하지만 그건 당신 탓도 아니고, 여기서 지낸 시간이 너무 짧아서도 아녜요. 일생동안 공부해도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물고기가 인간의 동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래 공부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 물론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안전에 도움이 되어 준다는 면에서는 유일무이한 비유일지도 몰라요.<초월계>에 사는 <신선>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멍청한 동물이 맞으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이 동물들을 상대로 무슨 짓을 하는지를 떠올려봐요. 장난을 치거나, 학대하거나, 돌봐 주거나, 멸종시키죠 - <초월계>에서는 원한다면 이런 일들을 실행할 방법이 셀 수도 없이 존재해요. <권역>들은 그런 것들에 대해 천연의 보호막 역할을 해 주는 건지도. 그런 보호막이 없었더라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생명은 아마 존재하지 못했겠죠"    P 155.  라브나의 말 中에서..

  유일신을 믿는 종교적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신성 모독이 또 어디있을까... 거기에 신선들.. 이라니 이런 종류의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혹은, 몇개의 몸이 모여 하나의 지성을 이룬다는 것.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수 많은 진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인데 이에 대해 열린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으려면 무한한 상상력을 가지고 인지하지 않으면 않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심연 위의 불길"은 한번은 꼭 읽어봐야 할 필수요소 SF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재미도 빠질 순 없고... - (온 세상의 소설책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진리는 당연한 거고요.)  어쨌거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아울러 2권이 빨리 좀 나왔으면 싶다. 작가가 도대체 어떠한 현란한 솜씨로 독자를 녹여내 결론에 이르게 할지..  - 결말은 설핏 예상은 하고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님은... 그 과정이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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