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51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정열일까. 견고한 파트너십일까. 둘 다일 수도. 왜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느누것에 대해서도 부재를 느낄 수 있는지. 걔였는지 쟤였는지 이름과 얼굴은 지워졌어도 촉감과 온도와 음향, 아득한 형체로 남은 것들. 지나간 애인들은 대체로 얼간이거나 양어치였고 그때는 괜찮은 놈이라 믿었는데 돌아보면 영 아니었다. 한두 명쯤은 제법 괜찮은 놈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함께 사랑을 밝혀낼 수도 있었을까. 만약 가장 좋은 인연이 이미 지나갔다면, 바보처럼 내가 알아보지 못했고 이제 열화판을 반복할 수 있을 뿐이라 생각하면 울적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새로운 사랑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할 수도. 요즘 것들의 키치적 사랑, 평범한 것이 오히려 특별한 것임을 보여주는 소설들.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변주되는 장면들이 선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