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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무루(박서영)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고 경제활동을 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어서도 이상하게 스스로가 ‘어른’이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어른이 되지 못하였으니 노년은 아직 멀고 먼 이야기로 느껴지겠지만, 언젠가 오긴 할 것이다. 늙고 힘이 약해진 할머니가 되었을 때가. 동화에 나오는 심술궂고 고약한 할머니가 될지, 인자한 미소의 너그러운 할머니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멋진 모습으로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지게 나이들기 위해서는 현생이 멋있어야 하겠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왠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어쩌면 이 세계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내 또래가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보아도 그리 위안이 되진 않는다. 반짝이고 값비싼 것들로 둘러싸인 사람들을 보면 더 작아지기 때문일까.
내가 ‘나’이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하면 이 땅에서 혼자 살아가면서도 외롭지 않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거창하고 그럴싸한 목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안온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 그것을 몸소 증명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듣다보면, 그리고 나도 하나씩 그 사람들의 생활 양식에 물들다보면 행복한 노년의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어나지 않은 세계에 성장은 없다. 안락하고 평온하지만 그곳에서는 몸도 마음도 자라지 않는다. 고통도 슬픔도 없기에 기쁨도 행복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두 아이는 모두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용감한 아이들이다. 그리고 그 용기는 부모를 응원하고 위로한다. (중략)
태어난 뒤에도 우리는 몇 번이고 태어나는 마음으로 산다. 제 몸집만 한 가방을 메고 커다란 운동장에 처음 들어설 때, 낯선 동네로 이사를 갈 때,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 사랑이 올 때, 사랑이 떠날 때, 크고 작은 도전과 모험 앞에서 우리는 선택을 한다. 그때마다 누군가는 ‘시를 쓰지 않는 어리석음보다 시를 쓰는 어리석음을 더 좋아’(비그와바 쉼보르스카, <선택의 가능성>)하는 시인의 마음으로 용기를 낸다. ‘연습 없이 태어나서 /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 인생이라고 ‘여름에도 겨울에도 / 낙제란 없는 법’이니(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기꺼이 매 순간 태어나는 쪽을 선택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상처도 후회도 없다. 그러나 성장도 없다. 성장은 언제나 균열과 틈, 변수와 모험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간극을 메우고 틈을 좁히고 서로 어긋난 것들 속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에야 비로소 우리는 조금 자랄 수 있다. 온실 속 화초같은 사람이라는 말에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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