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산문
박준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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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고 나면 다시는 들춰보게 되지 않는 책이 있고, 다 읽고 나서 어떤 순간이나 상황을 마주하고 별안간 책 속의 문장이 떠올라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책이 있다. 나에게 박준 작가의 산문집은 후자에 해당하는 책이다. 책이 나오기 전에 기대하게 되고, 책을 받아들고 나서 한달음에 읽지 못하고 조금씩 읽어가다가, 다 읽고 나서도 가끔 삶이라는 것이 버겁고 알 수 없을 때면 들여다보게 되는.
이번 산문집은 전작보다 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문체때문이기도 하겠고, 그가 어떤 장면을 바라볼 때의 마음이 내게 더 와닿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해가 다 지나가는 때에 작가가 좋아하는 나무의 빛깔을 닮은 표지의 따뜻한 책을 만나게 되어서, 아직은 추위가 한창이라 새순이 올라오는 봄이 저만치 멀리 있는 것 같지만 까무룩 잠들었다 깨면 봄이 와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 든다.

‘과거를 생각하는 일에는 모종의 슬픔이 따릅니다. 마음이 많이 상했던 일이나 아직까지도 화해되지 않는 기억들이 슬픔을 몰고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즐겁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은 장면을 떠올리는 것에도 늘 얼마간의 슬픔이 묻어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것은 켜켜이 쌓인 시간이 만들어낸 일이라 생각합니다. 숲이 울창해지는 일도 다시 나무들이 앙상해지는 일도 이러한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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