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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선 여행 - 과학의 역사를 따라 걷는 유쾌한 천문학 산책
쳇 레이모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얼핏 책 소개만 읽었을 때는 걷기 여행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더군다나 내가 근래에 걷기에 조금 빠져 있기 때문에 책이 눈에 쉽게 들어온 것 같다.
런던에 여러 번 갔어도 왜 그리니치 천문대에 가 볼 생각만 했을까?
분명히 런던 시내에도 경도 0도가 통과하는데....
저자는 경도 0도가 통과하는 영국의 동부 320킬로미터를 도보로 종단하였다.
남에서 북으로...
그런데 이 책은 걷기 여행에 관한 책이 아니다.
과학의 역사에를 다루는 책이며
경도 0도를 따라 남에서 북으로 걸으며
신기하게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의 자취를 순서대로 만나게 된다.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을 본초 자오선으로 정한 것은 1884년이다.
하지만 경위선을 지도에 가장 먼저 그린 사람은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던 에라토스테네스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고대에 지도를 그린 알렉산드리아의 학자들로부터 시작한다.
에라토스테네스(276~196 BC)/ 히파르코스/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2C) 등 익숙한 학자도 있고
아리스타르코스(310~230 BC) 같은 생소한 이름도 있다.
그는 [태양과 달의 크기와 거리에 관한 논문]을 썼다. 이런 생각을 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태양과 달이 비슷한 크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에 밝혀진 바는
태양은 달보다 400배 먼 곳에 있고 크기도 400배 크다고 한다(66쪽)
아무튼 시간의 표준화에 가장 기여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에서 캐나다로 이민 온 샌드포드 플레밍이었다고 한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역적 자존심에 무관한 그가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한다. 영국에게 시간을 내준 프랑스는 미터법을 국제 표준으로 정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다.
미터법은 들랑브르와 메솅의 노력으로 1808년 나폴레옹에 의해 프랑스에서 채택되어었다.
1미터는 적도에서 극까지 거리의 1000만분의 1이다. 즉 지구 둘레의 4천만 분의 1인 셈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이야기는 갑자기 중세 후반의 천문학자에게로 넘어간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당시 절대 진리에 의심을 품었기 때문에 목숨이 위태했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코페르니쿠스(1473~1543)/ 조르다노 브루나(1600년 화형)/ 갈릴레오 갈릴레이(1633.6.22-천체 망원경)/ 튀코 브라헤(1546~1601)/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
갈릴레이가 하늘에 천체 망원경을 들이대기 전까지는 다른 행성에 달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했음을 기억해야 한다(91쪽)
다음에 이야기는 지질학으로 넘어간다.
당시 성경학자들은 세상은 기원전 4004년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보다 세상이 더 오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화석 수집가도 있었고 학자들도 있었다.
맨텔/ 메리 애닝/ 조르주 퀴비에(1769~1832)/ 제임스 허턴(1726~1797)/ 찰스라이엘(1797~1875)
메리 애닝이 수집한 화석들은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한 방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런던에 가서 자연사 박물관엔 들리지 않았는데, 다음엔 가면 꼭 들려야겠다.
아무튼 제임스허턴에 의해 1785년에서야 지질학적 시간이 탄생한다. 즉 지구의 역사가
성경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오래되었다는 것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라이엘의 [지질학의 원리]는 1830년 찰스 다윈이 비글호에 타고 5년 간 항해를 떠날 때
가지고 갔던 책이다.
지질학 분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사람이 윌리엄 스미스(1769~1839)이다. 그는
영국의 지질도를 만들었는데 지금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한다.
아무튼 그가 지질도를 만들게 된 과정은 책 뒤 참고 문헌에 있는 [세계를 바꾼지도](번역)에
잘 나와 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생물학으로 넘어간다.
찰스 다윈은 1859년 [종의 기원]을 출간했다.
그리니치 천문대는 1675년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경도 0도는 캠브릿지를 지나는데
1665~1666년 사이에 뉴턴은 캠브릿지의 학생이었다.
중세와 근대를 차별하는 인간의 재능이 극대화 된 단일저서를 한 권 고른다면
그것은 단연코 [프린키피아](뉴턴 작)다.
뉴턴과 그에 대적하고자 했던 당시에는 명성이 있었으나
이후에는 그저그런 학자로 기억되는 사람들이 등장한 후
다시 이야기는 그리니치 천문대로 넘어가면서
경도를 잴 수 있는 정확한 시계를 만든 존 해리슨으로 이어진다.
그의 시계는 정확성뿐만 아니라 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 대량생산 물품으로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즉 근대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존 해리슨이 시계를 만들게 된 과정은 [경도](번역)를 통해 알 수 있다.
단순한 과학사 책인 것 같지만
과학과 철학의 관계,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과 용기 등도 언급하고 있다.
15p - 과학이 가능해지려면 우리는 두 가지 가설을 전제로 세워야 한다.
첫째는 세계가 우리의 인식과는 '별개로' 존재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가 점점 더 진실에 가깝게 그 세계를 알아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에필로그(227쪽) - 우주 공간과 시간을 향한 인간의 여정은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사적인 불신이론(내가 믿을 수 없다면 틀린 것이다.)"이라고
뷰른 인간의 사고 때문에 난항을 겪었다.
아리스타르코스를 비롯해 코페르니쿠스, 브루노, 갈릴레이, 다윈은 하나같이 동시대인들의
맹렬한 불신에 직면했다.
우주는 우리가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커졌고 나이도 많아졌다.
광년과 이언 단위는 우리 상상력의 한계에 대한 꾸짖음이었고,
"상식"을 뛰어넘은 가장 과감하고 대담한 사색사들의 힘에 대한 상찬이었다.
옮긴의 글에 동의한다.
좋은 책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아날로그 그 형태의 감수성을
무엇보다 잘 느끼게 해 주는 종이책의 소중함과 가치가 가능한 한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또 다른 책에 대한 독서욕을 일으키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239쪽).
아쉬운 것은 참고문헌으로 저자가 안내한 책 중 번역이 되어 있는 책은
따로 번역번을 소개해 줬으면 더 좋을 뻔 했다.
그리니치 천문대 방문기
http://welovetravel.net/a/2008/europe/p/t-greenwich.htm
뭉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