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복지 - 공장식 축산을 넘어,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의 모든 것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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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사 
<1명당 한해 240개 먹는데…농장서 식탁까지 ‘달걀 공포’>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07426.html 


지금(2024년)으로부터 7년 전인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이 크게 일어났고, 이후에도 간간이 보도되었다. 달걀에서 기준치 이상의 항생제 성분이 나온 것이다. 현대 공장식 축산에서는 최소 장소에서 최대의 생산량을 만들기 위해 좁은 곳에 동물을 가둬 키운다. 그렇게 되면 면역력이 나빠지기 때문에 항생제를 계속해서 주입하거나 먹인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생산물과 그 스스로는 항생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살충제 달걀 파동'은 이런 공장식 축산의 실태가 드러난 것이었다. 아래 링크는 2017년의 글인데, 당시에도, 아니 그전에도 공장식 축산에 대한 비판 여론은 존재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51532


최근 들어 공장식 축산을 비판하는 기사와 저서, 환경운동가들이 많아졌고 대체 육류도 개발 중일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의식도 향상되어 어떤 환경에서 자란 동물인지 확인하는 경우가 늘었다. 무항생제 마크를 신경 쓰는 소비자도 늘었고 가격보다는 품질이나 원산지를 따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축산업계가 변화했을까? 돼지를 중심으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윤진현 교수가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현실을 짚어보고 비판점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돼지 복지>를 저술했다.


저자 윤진현 교수는 동물자원학부에 지원해 입학하게 되고, 양돈장 실습에서 돼지와 처음 만난다. 좁은 케이지 안에 돼지들을 모아 키우는 스톨사육의 모습과 분뇨로 뒤덮여 창문조차 없는 비육사의 모습, 무기력한 돼지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이런 방식으로 돼지를 키우는 것이 괜찮은가 생각했다.

그 만남은 내가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게 한 꽤 강렬한 사건이었다. 38p

FTA 채결 당시 동물복지 기반이 하나도 없었던 한국의 현실을 경험한 저자는 한국의 동물복지 발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헬싱키 대학 안나 발로스 교수에게 직접 연락해 결국 핀란드 동물복지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가 유럽에 가서 보니 한국은 동물 연구에 너무나도 뒤처져 있었다. 윤진현 교수는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이 경험한 현실과 자신이 연구했던 것들에 대해 설명하는데, 그가 한국에서 연구했던 것들과는 다른 사실들을 마주하며 계속해서 배워나갔다.


우리는 왜 동물 복지를 해야 할까. 축산 산업 중에서도 양돈 산업은 항생제 사용이 최고 수준이라 말한다.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되는 것이다. 더불어 과거에 무분별하게 사용된 항생제는 환경에 남아있어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방역 처리를 하지 않는 한 계속해서 검출된다. 항생제는 슈퍼박테리아라고 부르는, 내성균이 생기기 때문에 이것이 사람에게 전파되면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굉장한 심각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과 가축은 같은 환경에서 공존하기에 우리는 원헬스 개념으로 축산 산업을 바라보며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양돈 농가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이려면 돼지가 건강해야 한다. 병든 돼지를 항생제로 살리는 개념보다 애초에 건강하게 돼지를 키우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동물복지농장의 성공 사례로 핀란드의 올릭깔라 농장의 사례가 나온다. 관행적인 농장을 운영하다 돼지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올릭깔라 농장과 협업해 동물복지형 농장으로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새끼의 생존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설계로 다시 제작해 최적의 그룹분만사를 만든 이야기가 소개된다. 효율을 추구하는 관행적 농장은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주었기에 기존의 구조와 약품 사용을 없앴다. 결국 올릭깔라 농장은 성공해 유명해져 조금 비싸더라도 팝업스토어로 열린 올릭낄라의 고기가 완판되고 판매량이 올라가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이는 판매자의 노력과 사람들의 인식 향상이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함을 나타낸다. 우리나라에도 동물복지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변화를 추구하는 '더불어 행복한 농장' 김문조 대표의 사례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은 한국의 현실대로 맞춰서 바꿔나가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과정에서 분만 전 '둥지 짓기'와 '환경 풍부화 물질', '분뇨 처리 방식'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돼지의 본능, 야생성을 이해하여 둥지 짓기 환경을 조성하며, 공과 같은 환경 풍부화 물질을 제공하며 결론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압사로 죽거나 안락사 당하는 새끼 돼지의 수를 줄이며,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건강한 돼지를 사람들이 먹을 수 있게 하는 선순환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단순히 동물복지를 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지 않다. 현실적으로 대응해가며 점진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 의식 또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럽에서 하고 있는 깔짚을 깔아두는 방식은 한국에서 어려움이 있으니, 톱밥같은 대체제를 사용해 한국에 맞는 방식으로 바꾸는 모습처럼 계속해서 연구하며 현실적인,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제도의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는 양돈 농가가 동물복지에 무관심하기 때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투자 대비 수익이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307p

윤 교수는 신뢰도가 높은 인증 제도의 개발의 필요성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기준 평가를 연구할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다. 동물이 아닌 시설에 기준이 맞춰진 경우가 많다. 인증 제도 또한 현실에 맞춰서, 혹은 단계에 따른 인증 제도를 주는 등의 농장주들의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제도가 필요함을 말한다. 결국 정부 혹은 지자체가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증 제도는 사기업이나 단체가 만들고 운영하기엔 힘들고 지원하는 주체로서 활동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사회를 개선하는 비용으로 생각하고, 정부도 발맞춰 세계 기준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농장주들은 동물복지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소비자로서 관심을 갖고 동물복지 시장을 확대하고 현대 축산산업의 개선을 정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더 좋은 생산물과 더 좋은 순환을 이끄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돼지 복지>를 통해 돼지 농가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동물 복지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논의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물 복지와 실질적인 축산 산업의 모습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돼지가 간식으로 빵을 먹는다거나 공을 차며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한 귀여움 한다. 흥미롭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활동으로, 한겨레 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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