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씨, 지금 무슨 생각하세요? - 노년의 심리를 이해하는 112개 키워드
사토 신이치 지음, 우윤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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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전, 일본에서 흔하지 않았던 노인 연구를 시작하며 오랜 기간 노인을 연구해온 사토 신이치 교수가 노인의 심리 이해를 돕고, 노인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인에 대한 대중 교양서를 펴냈다.


우리는 노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먼저 신이치는 '노인'이라는 호칭이 아닌 고령자 씨라는 호칭으로 부르길 권하며 계속해서 고령자 씨라고 언급한다. 이는 노인에게 친밀감을 느끼게 해 더욱 이해에 다가가도록 돕는 의도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하는 것은, 노인에게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회 내에서 필요하다고 여겨지거나, 존중받는 한 사람. 노인들이 그저 늙어서 예민하고 고집불통인 것일까? 나는 사회적인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인을 다그치고, 어렵게 대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기에 더더욱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토 신이치의 말을 들으면 노인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고령자 씨가 자식이나 손주를 돌봐 주려고 하거나 여러 참견을 하는 것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기 위해서다. 경험에 의해 얻어진 지식과 인생에 대한 교훈을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것은, 고령자 씨가 자신의 사회적 유용성을 실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설교 같은 말을 하게 되는데 '요즘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아요'하고 반론을 제공해서는 곤란하다. 적당히 상대방의 자존심을 살려 줄 수 있는 소통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131p


사회적 유용성, 자기 효능감은 고령자 씨가 아니더라도 모든 세대의 사람들, 인간이라면 필히 느끼고 싶은 감정이다. 그러나 노인은 사회에서 점점 배척되는 것처럼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찾기 때문에 이 사회적 유용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노인은 생애 회상을 통해 과거 갈등의 해결과 자존감의 회복을 이끌기 때문에 과거 이야기를 하거나 참견하는 것처럼 말하는 노인을 비판하기 보다 그의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고령자씨가 보이는 특유의 반사회적 행동의 원인은 대부분 고독이라고 말한다. 고독은 근래에 들어 청년에게도 문제가 되었지만, 노인은 고독 문제에 지속적으로 취약하다. 노인은 생채적 노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격이 있기에 노화에 대한 공포까지 느끼는데, 노화에 대한 공포는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며 우울증에 걸리기 쉽게 만든다. 이런 상태에선 운동과 같은 활발한 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알코올에 의존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노화에 대한 공포와 고독이 치매 및 각종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가 노인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문화와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개인으로는 조금씩 늙어가는 자신과 마주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한다.


앞으로의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것은 간접 호혜성 커뮤니티라는 사고방식이다. 장기적인 관계 속에서 성립하는 '서로서로' 지탱해 주는 공동체가 아닌, 도와준 상대와는 다른 별개의 사람과 단체로부터 그 보답을 받는 것이 가능한 공동체다. 도움을 받은 쪽이 필요 이상으로 움츠러들 필요가 없고, 도와준 쪽도 '전혀 감사해하지 않는군' 등의 불만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가볍게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그런 공동체가 실현되면 더욱 많은 고령자 돌봄이 가능해질 것이다.

157p


우리는 튼튼한 노후를 꿈꾼다. 누구나 팔팔하게 살다 갑자기 죽는 걸 바란다. 이는 여러 나라에서 바라는 노후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몸이 쇠약해지면서 의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튼튼한 개인을 내세우기보다 다음과 같이 질문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누구든지 안심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가능한 사회,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진정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요?"


이어서 저자는 "돌봄의 현장이 지향할 것은 '자립 지원'보다는 '자율 지원'쪽"이라 말한다. "자율이란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홀로서기보단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돌봄을 만들자는 것이다. 의지할 땐 의지할 수 있는 사회 말이다.


동시에 '가족신화'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한다. 노인은 가족이 무조건 돌봐야 하고, 가정의 일은 가정 내에서, 가족들이 처리해야 하는 가족신화는 지금도 존재한다. 그러나 돌봄은 균형이 필요하다.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도 지치지 않아야 한다. 더불어 사적인 돌봄을 국가가 어느 정도 부담할 필요도 있다. 그가 말하는 돌봄의 현실을 따라가다 보면 가사노동에서 드러나는 남녀의 돌봄 노동에 대한 부담 차이는 씁쓸함을 안겨준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 지적 능력은 쇠퇴하더라도 결정 지능은 올라간다고 말한다. 결정 지능은 "이해력과 통찰력, 소통 능력과 같은 사고의 축적에 의해 높아지는" 지능이다. 노인도 나름의 능력을 펼치며 때론 누군가에게 기대며 제공할 때는 제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삶의 목적은 늙음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우린 늙음에 따라 그 목적을 향한 방법을 달리할 뿐이다. 인간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듯이, 남은 인생도 그런 식으로 각자가 잘 분배하며, 각자의 방법을 찾아가며 다 같이 살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한겨레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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