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 중 하나는 창작이기에, 문학사에서 크게 논란된 사건은 표절 사건일 것이다. 신경숙 표절 사건은 2015년 이응준 작가가 신경숙의 표절을 폭로하면서 벌어진 것으로, 이후에 신경숙은 다양한 작가의 글을 표절한 걸로 드러났다. 당시에 출판사 창비는 신경숙의 표절을 감쌌는데, 많은 논자들이 창비가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지닌 상업적 가치에 눈멀었음을 비판했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문단에 만연했던 '문단 보험 카르텔'을 비판한다. "자신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문학잡지를 내는 출판사의 상업적 이익을 챙겨 주려는 평론가들의 이해관계와, 문학상으로 상징되는 문단 내 평판을 좇는 작가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 그런 카르텔 구조가 나타났다는 것이 비판적 관찰자들의 견해다."(153p) 출판문화에는 물론 출판산업을 위한 상업적 가치를 쫓아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지식이라는, 정직이라는 바탕을 두고 있음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더불어 그는 비판적인 서평을 시도했다가 작가나 출판사에게 좋지 않은 소리를 듣고 사이가 나빠진 경우를 언급하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 비평과 후기는 그저 좋게만 작성해야 하는가 질문한다. "비평의 가치는 타당성과 설득력의 다과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타당성과 설득력이 떨어지는 비평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생존 근거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건강한 토론 문화다." (143p)
그의 책은 2000년대에 쓴 글을 모은 것이기도 하기에 과거의 쓴 글을 돌아보는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다. 2007년 그는 한국소설이 독자와 더불어 호흡하는 데에 단편보다는 장편이 요구된다 말하면서도 장편이 나오기 힘든 문학계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안타까워했지만, 현재엔 그 바람이 어느 정도 이뤄졌음을 현재에 와서 돌아본다.
한때 많은 학문에서 언급되었던 노벨문학상에 관한 문제도 짚고 넘어간다. 그는 노벨문학상이 서구 중심적인 현실이지만, 최근 한국을 포함한 비 서구권 작가들의 작품이 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현실을 보고 최선을 다해 보면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것이라 희망한다. 조금이 지난 후, 우리 문학계를 돌아본다면 그만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카뮈의 <페스트>에 관한 글을 쓰며 주인공 의사 리외의 말, "문학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는, "문학은 발언이며 증언이고 추억이라는 것,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찬양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말하면서 그는 문학과 문인들이 사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찰한다.
과거 그의 글에 언급된 작가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박태순의 장례식에 찾아오지 않는 문인들, 마땅히 얼굴을 비쳤어야 할 이들을 비판한다. 부고를 읽으며 문인이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작가들은 의미 없는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었고, 나름의 지향점들을 제시했기에 우리는 이 의미들을 따라가본다.
조세희, 박완서, 안도현과 같은 고전 작가들부터 김초엽, 최은영과 같은 최근에 흥행한 작가들까지 작가 최재봉은 한국 문학사를 훑는다. 그의 글에서 아는 책이 나올 때면 평론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과 문학사 및 문예 창작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책장에서 빛나는 문학 작품들과 몰랐던, 기억될 미래에 존재하는 책들이 새로이 반짝인다. 이렇게 이야기는 오래 산다. 가장 좋았던 황현산의 말로 마무리한다.
일단 아름답고 완벽한 세계를 보고 나면, 현실에서 벽에 부닥치고 실패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그런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신비주의자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은 설사 밖으로 표현되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세상사에 영향을 끼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건 이미 세상에 그런 물질적 기반이 조성돼 있기 때문인 것이다.
10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