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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 나를 살리러 떠난 곳에서 환자를 살리며 깨달은 것들
김준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평점 :
저자 김준일은 40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캐나다로 이민을 간다.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같은 일을 전전하다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2년 넘게 노력을 거듭해 시험에 합격하면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응급구조사(Paramedic, 파라메딕) 일을 하게 된다.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에서 다양한 일화와 함께 자신이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을 써내려간다. 그는 죽음의 현장을 마주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삶의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길 권유한다.
"모쪼록 독자들이 각자의 처지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조금 더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숨어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마음 한편, 혹은 여유를 마련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13p
저자는 응급구조사로서 일하는 모습을 설명한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응급 현장이 매번 극적이진 않으며, '비응급 환자'들의 잦은 신고와 다양한 사람들을 대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체로 응급 구조는 시간을 다투며 정신없이 벌어지기 때문에 밥을 거르며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응급구조는 체력보다 정신력이 더욱 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환자들을 마주하면서 살릴 수 없는 환자를 만날 때면 혹시라도 죽는 모습을 보기 싫어 그저 넘겨주고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고백한다. 동료는 트라우마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구조대, 소방관, 경찰관 같은 일을 하는 사람 트라우마로 일을 그만두거나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신고 전화를 응대하는 과정에서도 트라우마가 생긴다. 전화를 받으며 신고자의 고통, 절규를 듣게 된다. 전화 통화 도중에 극단적 시도를 하는 사람도 있으며, 위급 혹은 사망을 전하는 목소리, 떨림과 공포의 상황을 느끼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정신건강 사각지대에 선 최초대처자들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8376)
"내가 하는 일의 무게란 무엇일까?
어쩌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 나에게 일상이 된 것이며, 죽음보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견뎌내는 일에는 언제쯤 익숙해질 수 있을까?"
9p
사고는 우연적으로 발생하고 그는 기적을 바란다. 환자가 제발 살길 바라는 마음.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처럼, 보호자와 다투더라도 환자가 살길 바랐다. 환자가 명을 달리하면 자신도 그 공허함을 똑같이 느꼈다. 저자는 휴가를 보내거나 쉬는 시간에도 끝내지 못한 일이 많다고 생각해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점점 죽음에 무뎌갔다. 그리고 이런 자신의 모습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저자는 자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더욱 힘들었다 말한다. 자기 손으로 자신을 죽이기는 어렵다. 많은 이들이 자해 후 고통이 심했기 때문에 혹은 후회를 하면서 신고했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을 알길 원한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 말하는 법. 저자 스스로도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응급 상황을 마주하면서 죄책감을 가졌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고통의 상황을 직접 바라보며 사람 사는 세상을 느낀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할 수 있고, 응당 그래야 함을. 또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인간이란 원래 약한 존재임을.
늦은 나이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응급구조사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체력 시험에서는 기절할 만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그도 실습과정에서 수많은 실수를 했고 계속해서 배웠다. 이제는 신입 구조사들을 가르치며 그들의 실수를 교정해 준다. 그는 직업에 의해 성격이 바뀌었다 말한다. 응급구조사 일을 하고 난 뒤 타인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혹시 모를 일들, 비상 상황을 상상한다. 또한 겸손함을 배운다. 인간은 약하며 언제들 도움을 받고, 또 줄 수 있는 존재임을. 결국 세상의 많은 일은 사람을 대하는 일이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배우는 직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대단한 일을 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생채기 나고 찢긴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거나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그렇다고 위로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우리들은, 사람들로부터 오지랖 부린다고 핀잔을 들을지언정 스스로 나서서 남을 돕는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따뜻함으로 우리의 다친 마음을 스스로 어루만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174p
우리가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현실 뒤엔 수많은 노력이 있다. 김준일의 글을 읽으면 타인을 구하는 것이 자신을 구하는 것이라는 말이 이해된다. 그는 수많은 상황에서 얼마나 간절했을까.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를 읽으며 그의 솔직하고 자세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겨레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