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셋 2024
송지영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셋셋>은 한겨레 출판이 공모하여 뽑은 소설 3개와 시 9작품(한 명당 3개)을 고른 책이다. 선정된 글을 추천한 문인들의 글도 담겨있다. 송지영의 소설 <마땅하고 옳은 일>하나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무명이더라도 소설을 잘 쓰는 사람들이 존재함을 생각하게 하고, 소설을 쓰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송지영의 소설 <마땅하고 옳은 일>은 돌봄 노동을 하는 강선숙의 이야기다. 잠시 휴식을 하러 간 박미숙 대신 최 노인을 간병하는데, 최 노인은 섬망과 같은 정신 질환이 있었다. 강선숙은 최노인을 능숙하고 효과적으로 간호하는데, 그녀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던 엄마를 간호했던 경험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코로나로 죽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돌보며 고생을 했기에 엄마가 죽을 때 울지도 않았다. 그녀의 엄마는 "죽고 싶은데 왜 죽어지지도 않나 몰라"라고 말할 정도로 서로가 힘든 상태였다. 엄마는 병을 앓으며 계속해서 메주를 쒔다. 계속해서 해오던 일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밝혀지지만 강선숙은 코로나를 일부러 엄마에게 옮긴 후 삼일을 박미진에게 보호를 맡긴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잘 알고 있었으며 "제가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 말한다.


최노인이 섬망에서는 책상에서 일을 하는 것이 그의 세상이었으며 어머니의 병에서는 메주를 쑤고 간장을 만드는 것이 그의 세상이었다. 최노인의 책상이 치워진 것과 어머니의 간장을 버렸던 주인공의 이야기를 동시에 배치하며 최노인의 돌봄 기간이 끝나 주인공이 최노인의 집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주인공의 겹쳐지는 그 기억은, 아니 그 감정은 진한 파동을 일으켜 그의 삶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소설도 오랜만이다. 마음 한구석을 큰 창이 아니라 얇고 얇게 여러 날로 솟은 바늘로 부드럽게 찌르는 느낌이다. 우리는 비참한 현실을 견디지 못해 저지른 잘못들이 있고 그 잘못 들을 생각하게 되거나 과거의 행동과 현재의 행동이 겹쳐지는 날이 오게 된다. 그것은 끔찍한 기억이라 모든 것이 환멸로 종결된다. 나 자신을 옥죄여 오는 상황에서 옳고 그름이란 쉽게 나눌 수 있는 것일까? 여성에게 맡겨진 돌봄 노동에 대한 메시지는 물론, 홀로 감당하는 고통과 책임이라는 주제를 독자의 마음에 기분 나쁘게 세긴다. 이 찜찜함은 그 감정을 잘 녹여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되는데, 이 작품이 선정되어 제일 먼저 배치된 것이 납득될 정도다.


성수진의 <재채기>는 주인공 현진이 직장 일을 하며 만난 경태와 결별하는 내용과 석회 제거 수술을 받고 입원한 주인공의 엄마의 이야기가 함께 서술된다. 주인공의 엄마는 글을 쓰고 싶었고 퇴직 후 원하는 삶을 산다. 엄마는 블로그에 평소에 떠오르는 단상과 딸과의 추억을 포스팅했다. 주인공은 엄마의 글을 읽으며 티라미수를 먹었던 기억을 회상하고 그것에 대해 글을 쓰지만, 약간의 허구로 자신이 바라는 결말로 바꾼다. 주인공은 여러 글들을 짜깁기해 편집하는 일을 했지만 자신만의 글을 따로 써 같이 출간하고 있었다.


현진은 소설을 현실적으로 써야 하는지 허구로 써도 괜찮은지에 대해 고민한다. 또한 좋은 내용의 글만 읽거나 쓰는 것이 좋은 일일까 또한 고민하는데, 그의 글쓰기를 응원하는 선배는 "글에 대해 선배는 짜깁기한 것은 자신만의 글이 될 수 없지만 꾸며쓰는 건 다르지 않냐고. 거짓말에도 진실이, 그리고 진심이 깃들지 않느냐고" 말한다.


'거짓말'을 단순히 윤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단 그 속에 있는 심리를 표현했다는 점. 거짓말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의 발현 혹은 소망이라는 것이 있음을, 그것은 동심으로써 가장 잘 나타나지만, 인간은 절망하거나 아쉬운 현실의 대안을 만들어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밑바닥을 직접 구성하고 싶어 하는 소망이 있으며, 그것을 거짓말로라도 채우고 싶어 하는 욕망을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은 소설이다.


정회웅의 <기다리는 마음> 반려동물의 장례를 치르러 가다 자동차 바퀴가 구멍 나 렉카를 기다리며 벌어지는 연인 간의 이야기다. 두 연인 사이에 멀어졌다 다시 좁아지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제목 <기다리는 마음>에서 '기다림'은 여러 상황을 가리키고 있다. 도로에서 렉카를 기다리던 둘은 마실 것을 사기 위해 한 가게에 들어가는데, 동물 형상의 목각인형을 닦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목각인형을 파는 것이 아니라 '처리'하는 것이라 말한다. 송주는 할머니가 화내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자신이 렉카 기사에게 자신의 반려동물 모모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지자 공격적으로 말한 것과 같이 감정을 처리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처리는 그저 버리거나 떠넘기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소설의 주요 틀은 모모의 장례를 치르러 가는 과정이지만,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


송주가 렉카 기사에게 화내는 부분에서 약간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로 송주의 행동이 배려 없이 느껴지기도 하며 각각의 사건과 이야기를 잇는 연결고리가 아쉽게 느껴지긴 했지만 <기다리는 마음>은 후회의 감정이 남는 것과 사랑의 묘함, 기다리는 감정 또 그 감정의 소화 과정을 적절히 섞어 표현했다.


세 작품을 읽으면 누군가를 보살피고 사랑하고 관계 맺는 마음이란 깊으면서도 어렵고 이해해야 하고 설득시켜야 하는 것임을 느낀다. 살짝 건드려도 분수처럼 솟아나는 것이 감정이기도 하고. 그저 보듬고 봐주는 것 또한 감정이기도 하다. 좋은 소설이란 설명하기 힘든 묘한 감정들을 읽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이 열매의 <입주민 외 주차금지 외>의 시는 과감하게 시작한다. 그의 언어는 추천의 글에서처럼 직관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추상적이며 머리로 한 번 더 그림을 그려보게 만든다. <입주민 외 주차금지>에서는 몰려다는 것들이 쏟아지는 형상을 개구리와 돌과 같은 것으로 표현하고. 태어나는 것과 제목의 입주민을 등치 시키는 것으로도 비친다. 몰려다니는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우르르 뭉쳐 다니는 것을들 배제하거나 지양해야 하는 구조 혹은 현실적 이유들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의 시는 채집통에서 개구리 알이 시작하거나 성의 모습을 표현하며 어느 정도 소통과 해석의 단서를 놓지만 독자보다는 자신과의 소통으로 비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히려 그렇기에 독자만의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한 걸지도 모르겠다.


이지혜의 <부산집 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운율과 대사의 흐름이 느껴진다. 의식의 흐름대로 가는 것 같으면서도 그 형상은 재치 있게 표현하는데, 그 표현에서 추억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웃으면서 다가온다.


황해담의 <웰컴 투 디 애프터눈>의 시는 감정과 상황의 간질간질함을 굉장히 잘 표현했다. 이지혜의 시와 더불어서 한 감정을 어떤 언어로 담아내느냐를 생각하게 하는 굉장히 재치 있는 시도들도 많이 보인다. 예를 들어 "애인의 장례식에서 / 조문객이 신었던 구멍 난 양말 같은 / 조심스러운 빙그레"같은 표현에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는 말똥말똥한 상상력이 돋보이는데, 직관적으로 다가오다가도 멈칫하며 웃음 짓게 만드는 시다. 기분 좋게 여운이 남는 시였다.


<셋셋>을 읽으면서 소설과 시 쓰기, 또 그것을 읽는 것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무명임에도 글을 잘 쓰는 이들이 존재하며 단지 유명하지 않아서 읽히지 못하는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 훌륭한 문학가는 훌륭한 심리학자라고도 하지 않나. 다양한 언어로 표현되는 세상에 발을 디딜 때 다양한 경로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발화되며 그 발화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 한 작품을 읽는다. 문학작품을 읽고 또 찾는다는 것은 개인이 뿜어내는 파동과 조응하는 작품을 만나기 위한 시도이다. 누군가에게 <셋셋>과 같은 책들은 그 조응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하나의 선물세트가 되지 않을까.


한겨레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