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를 해부하다 - 〈키스〉에서 시작하는 인간 발생의 비밀
유임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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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 의사인 유임주는 신경과학회에서 클림트 그림에 정자와 난자의 아이콘이 있다에릭 캔델의 말을 듣고 클림트 연구를 시작한다. 저자는 먼저 클림트가 살았던 시대(사상)를 설명한 후 클림트의 작품들을 분석한다. 클림트를 포함한 당대의 화가들의 작품은 과학의 발전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 클림트의 그림을 단순히 에로티시즘이나 금과 같은 화려함으로만 느끼기 쉽지만, 해부학적으로 분석한 글을 읽고 나서는 클림트의 그림을 새롭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해부학자의 관점에서 클림트의 그림은 단순히 두 연인의 에로티시즘만을 보여주는 그림은 아니다. 1900년대 전후의 과학적 성과를 기반으로 피부밑에 존재하는 근원적인 생명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의과학적 예술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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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가 살았던 시대와 장소인 1900년대 빈은 다양한 사상가들과 지식들이 모여든 곳이었다. 살롱, 카페 문화와 김나지움 문화는 문화적 생산성이 폭발하도록 만들었고, 프로이트, 비트겐 슈타인, 말러, 쇤베르크 등등의 학자들이 활발히 교류하고 있었다. 특히 과학계에서 다윈의 진화생물학 바람이 불었는데, 다윈이즘을 바탕으로 윌리엄 다이스, 요제프 볼프, 가브리엘 폰 막스 등등의 수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지형과 생물들을 정교하게 표현하거나 생존투쟁과 적자생존을 그림에 표현했다. 클림트 역시 이런 시대의 과학적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1890년대 빈은 보수적이었지만 클림트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다. "클림트는 기존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는 아카데미즘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새로운 예술을 선보였다." 빈 대학교 본관의 그랜드볼룸 천장을 꾸밀 그림을 화가 프란츠 마치가 맡았는데, 마치는 천장 중앙과 <신학> 부분을 맡고, 클림트에게 <철학> ,<의학>, <법학>부분을 맡겼다. 클림트는 상식의 틀을 깨며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당시에 보수적이었던 빈 사람들에게 나체의 이미지와 삶과 죽음을 함께 다루고 있는 클림트의 그림은 당연히 혹평의 대상이었다. 의학과 같은 주제에서는 그 발전 양상을 보여주기보단 의학의 한계인 죽음의 의미를 넣었기에 사람들에게 더더욱 반감을 샀다. 하지만 클림트는 이 사건을 겪은 뒤로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클림트의 그림은 대체로 관능적인 느낌을 자아내는데, 조금 더 자세히 보면 그림의 패턴 속에 정자, 난자, 자궁, 세포 알 등등의 아이콘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클림트는 생물학적인 도상을 넣으며 더 나아가 인간의 몸, 노화, 죽음과 삶 자체와 같은 다양한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클림트의 그림에는 수많은 생물학적 도상이 나타난다. 클림트 작품에 이러한 도상들이 들어가게 된 배경을 분석한 미술사가 에밀리 브라운은 <종의 기원>을 집필해 인류의 사고와 과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찰스 다윈과, 다윈의 진화론을 독일어권 국가에 적극적으로 퍼트린 에른스트 헤켈이 클림트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설명한다." (p.89)


대표적으로 클림트 작품 중 <키스>를 뽑아 생물학적 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남자의 몸에 있는 네모난 검정 그림은 정자와 남성성을 상징한다. 확대하면 작은 점이 나열된 미토콘드리아까지 묘사돼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의 몸에 있는 동그란 도상은 착상 혹은 수정한 세포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생물학적 도상은 그의 다양한 작품에서 나타나는데, 저자 유임주가 그 해석을 도와준다.


앞서 말했듯 클림트가 살던 시기는 수많은 지식인들이 교류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예술가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인물과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지식을 나눴다. 클림트뿐만 아니라 뭉크, 에곤 실레,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 같은 화가 또한 당대의 과학적 발전과 작품이 함께 했다. 이런 시대를 설명하는 저자의 글을 읽는다면 작품들이 새롭게 해석됨은 물론이고 사회와 예술의 유기성, 과학 발전의 중요성을 이해하게 된다. 이렇듯 저자는 <클림트를 해부하다>를 통해 기존의 예술 작품들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며 사회와 예술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예술은 수많은 교차점에서 생겨나고 풍부해진다.


한겨레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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