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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인간 선언 - 기후위기를 넘는 ‘새로운 우리’의 발명
김한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소수의 사람들만 기후변화를 논의하던 로마클럽의 시기를 넘어 이제는 기후위기가 하나의 대중적 의제로 자리매김하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대선주자들의 정책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인데, 우리는 이 시기에 어떤 방향으로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청년 기후 활동가 김한민이 일간지에서 기후위기를 주제로 쓴 칼럼을 모아 책 <탈인간 선언>을 만들었다.
지금은 인류세(Anthropocene)다.
인류세는 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이 제시한 지질연대 개념으로,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며 환경을 급속도로 바꾼 시대를 다른 시대와 구분하기 위해 만들었다. 인간으로 인해 지구환경이 급속도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존층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급변하는 환경을 비판한 학자였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간단히 언급한 다큐멘터리다.
지금 지구 온도 상승의 마지노선으로 1.5~2도 정도를 잡고 있다. 이 정도도 많은 변화를 일으키지만, '그나마' 감당 가능한 정도다. 그러나 이 순간을 넘으면 급변하는 환경이 우리를 맞이할 것이며 이미 우리는 그 전조 현상들을 느끼고 있다.
[기후위기] 지구 온도상승 1.5도 넘기면 안되는 이유 - 파인드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에 따르면 2030년대 중후반이 되면 1.5℃ 도달하고, 2100년에 2°C를 넘을 확률은 9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리협정에 따라 제출된 국가별 감축목표를 이행하더라도 2030년 연간 온실가스배출량은 520-580억CO2톤에 이르러, 1.5℃ 달성에 필요한 배출량(250-350억CO2톤)을크게 초과, 2100년에 지구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3℃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1.5°C 상승 이내로 억제하는 것은 기후위기를 막는 마지노선이다.
- 파인드비 기사 인용 (위의 기사)
저자 김한민은 탈인간 선언을 한다. 탈인간은 말 그대로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자는 의미다. 인류세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삶과 사회의 기반들을 해체해 보고,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공멸을 막고 공존을 현실화하기 위한 온갖 '다리 놓기(매개)'를 자처하는 것은, 탈인간적 접근의 핵심이다. (p.13) 탈 인간적 사고는 타자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사고이다. 기존의 자연을 도구적으로 보는 사고를 포함한 기존의 사고들을 넘어 그저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간중심주의를 해체하려는 다양한 시도들과 <탈인간 선언>의 차이가 있다면, 이 책이 이론이나 사고실험, 지적 유희가 아니라 현실과 호흡하면서, 또 변화를 갈망하면서 얻은 실천적 성찰들의 모음이라는 점이다." 그의 글은 공허한 운동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제기되는 질문을 뒤엎어보고, 잘 보이지 않는 가능성들을 보며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성찰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연설문에 가깝다
우리의 관점을 바꿔보며 절망하지 말고, 그 관점을 향해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의 사고는 물고기라는 단어가 아니라 '물살이'라고 부르자는 방식에서 잘 나타난다. 탈인간적 관점에서 모두를 존중하고 살릴 수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느끼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 앞에서 분신을 했고 어떤 활동가들은 박물관에 가서 유명한 명화에 페인트칠을 하는, 일명 '미술관 테러'를 감행했다. 이는 그 시위 방법에 대한 반감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들도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은 그것뿐이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며 가장 크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세리머니에 대해 고민한 듯 보인다.
기득권이 없는 이들은 그러한 극단적인 행위를 통해 관심을 모은다. 세상은 바뀌지 않는 것 같고 위기는 곧 나의 미래로 다가오니 말이다. 이는 과격한 행동으로 보이나 이 논란의 핵심은 기후위기에 대한 경보다. 그들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적 처벌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생사가 달린 세상의 위기 앞에서 고귀한 미술 감상이 무슨 의미랴.
이젠 기후위기에 대한 수많은 과학적 근거가 있기에 트럼프나 각종 극우 인사들은 기후위기를 과학적으로 비판하기보단 기후위기 자체를 비논리적으로 부정하는 수사학, 대중선동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오묘하게 대중의 마음을 바꾸려는 의도적이면서도 비의도적인 시도들도 존재한다. 저자는 그 모습 중 하나로 소는 알려진 것보다는 많은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소는 억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 것을 비판한다. 적게 배출하든 상당한 비율의 탄소 배출을 하고 있음은 다름없기 때문이다. '억울'의 수사를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최근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같은 기존의 효과 없는 기후운동에 대한 비판적인 책들이 나오면서 기후운동을 폄하하거나 활동가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물론 우리가 더 현명하고 효율적으로 기후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저런 메시지들이 '더 나은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라 그저 환경보호 활동에 대한 비난일 뿐이라면 그 저의를 의심해 봐야 한다. 우리의 목표점엔 항상 기후위기 대응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객관적인 비판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애매하게 돌려서 기후를 위해 행동하자는 의식 자체에 금을 가게 하는 것뿐이다.
저자는 평생을 바다 연구에 헌신한 해양학자 실비아 얼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공해상 원양 어업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극단적인 이야기로 들리나, 그녀의 말은 매우 현실적인 연구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는 어부들과 그 산업에 수산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식량안보를 명분으로 수산업에 지급되어온 보조금은 대형 선박이나 각종 어류 포획을 위해 사용되었고 과도한 어획과 서식처 파괴, 생물의 고갈을 불러왔다. 바다는 산소를 발생시키는 플랑크톤의 주요 서식치다. 다른 곳보다 바다가 받고 있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과소평가되는데, 살펴보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영향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저자는 기술을 이용한 탄소제로와 탄소배출권거래제 같은 기술 중심주의적 사고, 시장 중심적 사고도 비판한다. 우리는 오염 행위 자체를 멈추고, 우회적으로 다가서며 환경 중심적 활동을 동행해 보며 정말 '현실적'으로 대체해야 한다. 위기를 불러오면서 기술만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매우 이상적인 일이다. 이런 사고 속에서 돈 있는 사람들은 우주선을 만들어 황폐해진 곳을 책임지지 않고 떠날 것이다.
급진적 환경운동에 거칠게 대응하는 유럽···유엔 “인권침해 우려”
앞으로의 시대는 중장년보다는 청년, 아이들을 위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은 세대들이 더욱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유럽과 같은 국가를 필두로 많은 청소년들이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끌려가기도 하고, 적절한 대답을 듣지 못하지만, 적어도 약속이라도 받아내고자 하는 마음이다. 기후 위기라는 주제는 누군가에게는 삶의 편의와 질의 문제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사의 문제, 삶 그 자체의 문제이다.
물론 절망적인 마음이 들고, 저자 또한 강의를 진행하면 관중에게 어떻게 이런 사회에서 희망을 갖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저자는 우리가 엄청나게 완벽하고 강한 변화를 이끌기보다는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확장시켜 나가자고 말한다. 또한 나를 엄청나게 소진시켜 번아웃 상태를 만들기보단 차분하게 힘을 내 나아가자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에 방점이 있다. 저자 김한민이 그레타 툰베리 비롯한 운동가를 대하는 태도로 사람들을 나누는 부분에서 우린 생각할 수 있다. 환경운동가 개인을 비난하는 모습이 많고 때론 환경운동가들도 자극적인 방법을 사용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완결한 도덕적 완벽성을 요구할 것이라면 그 완벽성에 도달하려고 스스로가 작은 노력이라도 해보라는 것.
책을 읽으며 다양한 문제의식을 다시 일깨워본다.
생각보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으며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이시대는 모두가 활동가가 되기를 요구합니다. 월급 받는 직업 활동가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기후 재난을 막기 위한 싸움도 처음엔 소수에서 시작하지만 모두의 힘을 필요로 합니다. 제가 참여하는 시셰퍼드라는 해양보호단체는 "파트타임 히어로"라고도 하는데, 누구는 석탄발전소 반대 운동에 , 누구는 정부가 행동을 하도록 압박하는 일에, 누구는 비행기 덜 타기 운동, 누구는 탈축산 탈육식 운동에, 누구는 플라스틱 중이기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자기 세계를 확장시켜 나아가면 서로 다른 운동들이 만나며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p.210
*한겨레출판에게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