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고 봄>은 기자 생활을 하다 주부가 된 정희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자유로운 생활을 꿈꾸는 직장인 딸 하민

밴드 활동을 하는 백수 아들 동민

운동권이었던 사회학 전공의 은퇴 교수 남편 영한


이 한 가족이 어느 순간부터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대통령 선거 이후다. 부부는 현재의 야당을 찍었지만 아들 동민은 국민의 힘, 딸 하민은 정의당을 뽑았다. 교조적인 아빠 영한은 항상 아들을 가르치려 들었고, 아들은 그런 아빠 앞에서 욕을 하고 집을 뛰쳐나간다. 어느 부모들이 그렇듯 자식 이해하기가 쉬울까.


사촌끼리도 정치 이야기는 하면 안 된다 그러지 않나. 동네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정치 이야기를 했었을 때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버지 세대만 해도 모든 가족이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지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그 공식이 깨져버렸다. 특히 성별 갈라치기가 심해졌다고 하는 오늘, 20대 남성들은 주로 국민의 힘과 같은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20대 여성들은 주로 정의당과 같은 진보계열 정당에 투표한다. 각종 혐오 시위가 난무하는 현실이다. <그리고 봄>은 한 가정의 이야기를 정치와 엮어 그려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현실성 있는 작금의 사회를 반영한 가족 구성이다.


현재는 신경 써야 할 정치적 의제들이 상당히 많고, 한 집단이 그것을 오로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또 같은 진영 내에서도 각 주제에 대한 의견이 사람마다 다르다. 내 생각이 옳다고 말하면서 세상이 타락해간다거나 세상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소설에서는 세대 갈등, 소수자, 취업, 정치 문제, 퇴직, 사회적 사고 등의 누구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주제들을 건너간다.


정희는 야당에 표를 던지는 편이지만 나름 중립적 입장에서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자신이 틀리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존재다. 물론 아들과 딸이 자신의 생각과 마음처럼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마음과 머리가 따로 노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해의 첫걸음이자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딸 하민은 오랜만에 가족이 갈등을 겪은 후 어렵게 모인 식사 자리에서 튀르키예 무슬림 여성과 교재를 하고 있다고 커밍아웃을 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폭탄선언까지 한다. 가족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그래도 직장을 다녔고 가족과 소통을 하는 편이었던 하민은 동생도 돌보며 가족의 윤활제 역할을 한다.


아들 동민은 답답한 집을 뛰쳐나가 밴드 활동을 하면서 곡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곡작업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코로나 때문에 공연도 잡히지 않아 이룬 것은 하나 없었고,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공기조차 잘 통하지 않는 고시원에서 살고 있었다.


민주화 시절에 문제의식을 공유했던 부모 세대들과 SNS로 빠르게 정보를 접하고 연대보단 밈과 같은 문화로 가볍게 연대되며 개인의 주장과 스타일을 쉽게 나타내는 세대가 소통이 될 리가 있을까. 운동권 시절 주장한 민주화 담론은 이미 케케묵은 담론이며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그나마 딸과 친한 정희는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딸과 소통점을 찾는다.


하민은 차별 없는 세상을 꿈꿨다. 사람은 어떻게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독일로 떠나는 것도 부모님과 상의 없이 폭탄선언했다. 엘리샤와 함께 가는 것이었다. 이상적인 나라로. 동민은 연습실 근처에 있는 성공한 래퍼 스윙스의 빌딩을 바라보며 성공하고 싶었다. 쇼미더머니의 반항심은 대중에게 통했고 또래와 어울리고 싶어 하는 특성상 단순히 엇나가고 문제 있는 아들로 보기엔 동민도 할 말이 많았다.


자식이 정말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예전에 우리 엄마 아버지가 하시던 말인데 요새 우리가 그러고 있네" "정희는 두 아이를 보면서 자주 '얘가 왜 이러나' 싶다가 '내가 이렇게 키웠지' 아니, '얘는 다른 세상에서 자랐지'하게 된다. (P.320)


할아버지 세대는 논어 맹자를 안 읽는다고 부모님 세대를 욕했고, 아버지 세대는 요즘 젊은 애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한탄했다. 그다음의 다음으로 이어지는 세대들은 어떤 말을 들으면서 살아갈까? 정희는 영한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본다. 누군가에게 나는 그저 꼰대가 아닐지.


영한은 자신의 책장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청년 시절을 회상한다. 하지만 그가 배웠던 사회학, 사회라는 것은 멈춰있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었으며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아들 동민과 술을 마시며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동민도 역동하는 시대의 역동하는 청년이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 가르치려면 소통하는 방법 또한 배워야 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는가. 영한은 이 시대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면서 책을 쓴다. 책의 이름은 '혐오의 팬데믹을 넘어' 통합을 이루려 노력하는 독일의 정치제도를 언급한다. 그가 걱정한 것은 갈등이었다. 대통령 당선 후 약속했던 협치보단 검찰 수사를 답으로 여기는, 갈등을 만드는 대통령과 이 사회가 걱정됐나 보다.


"정치의 질이 너무 나빠져서. 갈등을 수습하는 게 대통령 역할인데 싸움을 걸고 있으니. 사회 전체를 전쟁판으로 만들고 있어."(P.328)


20대 아들 동민을 철없는 청년으로 묘사해 20대 남성들이 불편하다 느낄 수도 있다. 동민도 나름대로 성공을 하고 싶었고 그 자리에서 고민하면서 살았다. 접해본 세상이 부모의 기대만큼 얼마나 됐겠는가. 동민은 지인을 통해 소규모 스타트업 맥주 회사에 들어간다. 핏줄은 속일 수 없다고, 집에 다시 돌아온 동민은 맥주를 가져오고 술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나면서 소통도 다시 원활하게 된다. 그러나 영한이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듯, 동민 또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았다.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해 보길 노력하고, SNS로 퍼지는 가짜 뉴스도 가려내는 방법들.


대선 이후 스트레스를 받은 저자 조선희는 등장인물 '정희'에 자신을 투영했다고 말한다. 나머지 가족은 허구라고 말한다. 일종의 사회의 집단 표본을 하나씩 뽑아 소설 주인공을 만든 것이다. 사회를 가족에 빗댄 것이다. 동양 철학은 가족 내에서의 도덕률이 번져 나라까지 미쳐야 함을 말했다. 어쨌든 우리가 사는 세상은 타인과 같이 사는 세상이다. 이리저리 찢어져도 어느 분야에서는 의견이 맞아야 하고, 같이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다. 대통령은 특히 모두를 품어야 하는 위치다.


결국 이해의 영역 아니겠는가, 상대방이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 소설이 주는 지혜라면, 타인의 생각으로 사고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는 반드시 있다. 그것이 논리적일 수도 있고 물론 아닐 수 있지만, 무의식적으로든 이유는 존재한다. 정치가 심리학의 문제기도 한 이유다. 상대를 이해하고 설득해야 하기에. 그 능력은 단지 정치에 한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어느 순간부터 정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기가 참 부담스러워지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친구 사이에서도 정치 이야기를 꺼리게 되었고, 대학가 내에서도 그런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팍팍해진 일상이 도리어 정치적 갈등으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그 현실을 바꾸는 것도 정치의 문제니 계속해서 돌고 도는 문제겠지만.


나는 사람들 상식을 믿어. 부지런히 하루하루 살면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세상이 이상한 대로 가지는 않을 거야. (P.329)


그래도 소설은 봄을 꿈꾸며 마무리된다.

그래도 가족들밖에 없다. 바닥을 칠 때 돌아갈 수 있는 품이란 가족이다. 때로는 자신만의 열정에 미쳐서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살지 않나 생각한다.


*한겨레 출판에게 도서를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