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요새 - 사유의 미로를 통과하는 읽기의 모험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은 알 수록 복잡하고, 사람들은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본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세상에 다양한 돋보기를 대보며 더 정확한 이해에 다다른다. <생각의 요새>저자 고명섭은 세계의 문학, 철학, 역사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학자들의 사상과 최신 연구까지 포함한 '생각의 요새'들을 파고든다.


프랑수아 줄리앙은 "자신에 대한 자기적응에 균열을 냄으로써 '자아'의 마비에서 빠져나오는" 탈합치 개념을 창안했다. 리처드 도티<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에서 우연적인 사건을 거듭해온 사회가 자유주의라는 가장 좋은 사회를 만들었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며 잔인성을 최소화한 사회를 추구해야 함을 주장한다. 알랭 바디우는 정치, 과학, 예술, 사랑이라는 영역의 사건들에서 기존의 여론의 지배를 깨뜨리는 보편성을 창출하면서 진리가 출현하며 혁명 집단과 같은 세계 내부의 몸체에 개인들이 합류할 때 개인은 진리의 주체가 된다 말한다.


이와 같이 사유의 근본 사고를 건드리는 책들을 읽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틀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로티가 말하는 자유주의자들에겐 모든 것을 초월한 특정한 진리라는 것은 없으며 각자의 자기창조 활동을 이어나가며 세상을 발전시킬 뿐이다. 바디우는 자신을 주체로 일으켜 가장 완전한 이상을 마음에 품고 진리의 주체로 나아가는 삶을 참된 삶으로 보았다. 


세상에는 어떤 진리가 필요한 것일까? 그저 진리는 중요하지 않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한가? 세상은 어떤 수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일까?


사회라는 틀로 많은 현상들을 바라본 뒤르켐의 이야기와 그의 사고를 비판하면서, 총체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마르셀 모스의 주장도 소개된다. 모스는 사회로 인해 신체의 기능이 바뀐다는 <몸 테크닉>을 저술하며 부르디외 이전의 아비투스 개념을 발견한다.


로고스주의를 바탕으로 개념을 나눠 한 쪽을 무시한 이분법을 바꾸고자 한 엘렌 식수의 여성적 글쓰기와 남녀의 확실한 이분법을 나누는 운동을 비판하며 공생적 시각을 추구해 내부, 외부 모두에게 논쟁을 일으킨 도나 해러웨이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여기서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는 그저 기능적 존재인가, 사회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가 하는 질문과 사회가 작동하는 법칙과 관성적이고 불평등한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운동을 벌여야 하는가의 질문이 이어지게 된다.


이도흠의 <18~19세기 한국문학, 차이의 근대성>에서는 원효의 화쟁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원효는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아울러 더 큰 하나로 회통하는 방법을 내세웠다. 모든 존재는 서로의 영향을 받아 존재하는 것이며 통합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최신 우주연구에 대한 토니 로스먼<빅뱅의 질문들>설명에서 과학자들의 질문들이"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언가가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귀결된다."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과학과 철학의 경계가 지워진다 주장한다. 우리는 다양한 가설로 우주를 설명하듯 다양한 가설로 사회를, 세계를, 인간을 설명한다.


백낙청은 민주주의, 평등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지혜의 등급은 필요하면서도 지혜의 질서는 고정되지 않고 역동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 삶과 세계가 얼마나 넓게, 얼마나 깊게 통찰되느냐가 지혜의 등급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통찰의 수준에 따라 사회의 지혜가 달라진다.


<생각의 요새>고병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소개로 마무리하는데, 고병권은 민주주의는 제도라기보단 제도에 대응하는 힘의 표출로 인식하며, 대의제 강화와 완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내리치는 최장집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비판한다.


하지만 이후에 대안으로 설명되는 고병권의 발언에서는 자아실현을 외치는 마르크스의 유토피아가 겹쳐 보인다. 결국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구체성과 설계의 문제다. 인간은 여기서 수만 가지로 뻗어나간다. 헤겔과 같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까지도 다른 생각을 한다.


깊은 사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의 영향을 받으며 때론 극단을 지양하며 사고의 통합을 추구했던 학자들의 이야기와 민주주의 논의로 마무리되는<생각의 요새>를 곱씹은다면 현재 사회에 함의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평생을 연구해온 이들의 생각과 노력을 작은 돈을 들여 손쉽게 들여다본다. 이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세계와 인간을, 현명한 삶의 방식을 더 잘 이해한다.




*읽고싶었던 도서인데 교양인 서평단에 당첨되어 제공받아 읽었다 감사하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