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 - 서점은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한밤의 별빛이다
김언호 지음 / 한길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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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은 출판인 김언호가 세계의 서점을 돌아다니며 서점의 모습과 역사, 서점인을 만나 대화한 기록을 모은 책이다. 저마다 독특한 모습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점을 볼 수 있었다.

고딕 교회를 리모델링한 도미니카넌, 천장까지 책으로 뒤덮인 중수거, 질 좋은 내용의 책만 고집하는 돈트북스, 지역의 문화 거점 트론스모, 기차역을 개조한 바터 북스,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은 미드타운 스콜라, 생명과 평화의 철학을 가진 크레용하우스, 저자 본인의 꿈이었던 북하우스와 순화동천 등의 서점들은 각자의 세계를 나타냈다.

셴펑 서점인 첸샤오화는 지역 노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농촌에 서점을 만들어 지역을 독서 관광지로 만들었다. 그는 특색 있는 주제의 책을 다루면서 농촌에는 공공 문화공간,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말한다.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서점인의 정신과 철학이 드러나고 다양한 모습을 갖춘, 독자와의 소통 공간이다.

주샹쥐 서점인 주야후이는 고서적들의 가치를 알고 중고서적과 고서적을 무게가 아닌 권수대로 값을 매겨 구매한다. 특별전을 열면 완판되고, 고서적이 비싸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를 알고 구입한다.

세상의 수많은 헌책들을 모으는 헤이온와이 서점인 리처드 부스는 책방 마을 운동을 벌여 전 세계로 수출했다. 그는 새로 만들어내는 책들의 내용은 이미 헌책에 다 나와있다고 말한다. 그는 재사용을 강조하며 새로운 책보다는 친환경적인 헌책을 추구한다.

저자 김언호는 종이책을 선호하는데, e-book과 인터넷 서점 시스템은 기계 만능주의와 자본주의의 산물이며 사색을 추구하기 보다 편리함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책의 가치는 어느 순간 자본의 논리에 포섭되어 ‘팔려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저자에게 책이란 음미하고 분석되어야 하는 대상이지 물건처럼 처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종이책의 효용이 더 좋다는 연구가 나왔기도 하지만 공간과 부피를 가진 책이 주는 힘은 상당하다.

독립서점은 낭만처럼 보이나 현실은 국내나 해외나 다르지 않았다. 오프라인 서점, 특히 많은 동네 책방은 적자 때문에 문을 닫고 있었다. 하지만 저마다 대응책을 내놓는다. 직원이 책을 추천한다거나, 음악회 같은 예술 행사를 열거나, 독자와의 대화 같은 각종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것이다. 뉴욕의 맥널리 잭슨은 나만의 책을 쉽게 만들어준다. 저작권 없는 옛 고전들도 새로운 책으로 만들어준다.

서점을 도우려는 외부의 도움들도 있었다. 폐업 위기에 처한 서점을 살리려는 성명 운동과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운동, 차용증서를 요구하지 않은 기부, 일부러 서점에 가서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까지. 서점을 살리는 것이 마을의 문화와 정신을 살리는 의지였다.

“서점은 본래 공공공간입니다.”(p.329) 셴펑서점 서점인의 말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사고 팔리지만, 중고거래되기도 하며 빌려지기도 한다.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대화를 만들어내며 꿈을 만들어낸다. 책의 가치는 외관에 있기보단 내용에 있다. 지식은 독점되지 않는다는 점과 책의 본래의 가치를 생각할 때 서점은 공적인 것을 사고파는 공적 공간이라 말할 수 있다.

작은 종이책에서 무한한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단순히 돈으로 주고 팔 수 없는 것이다. 책을 인생으로 삼은 사람들은 그러한 경외를 경험한다. 서점은 꿈을 파는 곳이자 인생을 파는 곳이다. 서점을 만들고 지키는 사람들의 정신에는 옛것을 지키고자 함과 동시에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자 함이 느껴진다. 그들은 작은 가능성들을 키워낸다.

“비관주의자들은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책을 만들고 책 읽기를 일상으로 삼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매사추세츠 ‘북밀’ 서점인,수잔 실리데이(p.174)

저자의 말처럼 책을 만들고 읽고 지키고자 하는 것은 세계를 초월한 보편적 정신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 본성의, 인간 의지에 고귀한 무엇인가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다. 도서관을 없애고 독서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정치인들이 등장하는 이 시기에 주는 시사점이 상당하다. 언제나 그렇듯 앉아서 책을 읽으며 이 작은 공간에서 거대한 세계를 마주하는 것은 흥미롭고 대단한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책을 사고 책을 읽는다.


“한 인간이 생애를 통해 구현해낸 큰 정신은 죽음을 넘어서는 것이다.“(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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