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서양 미술사 - 한 장씩 읽고 그리는 서양 미술 히스토리
이케가미 히데히로 지음, 박현지 옮김 / 탐나는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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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서양사 강좌를 들을 때 반복해서 강조되었던 것은, 서양사 이해에 있어서의 그림의 중요성이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 인쇄술 개발 이전에, 사실상 그 이후에도 문맹률이 높았던 당시엔 글보다는 그림으로 대중에게 설명하거나 나타내야 했다. 또 상류층의 전리품과 같은 것으로 여겨져 하나의 소유물의 개념이기도 했다. 그만큼 과거에는 미술품이란 귀하고 의미있는 것이었다

 

동양은 문자 기록이 발달 했다면, 서양은 그림이 발달했다. 그림도 남아있는 역사자료다. 그렇기에 서양사를 배우기 위해서는 서양미술사를 공부해야 한다. 반대로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아야 한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어떤 사회적 영향이 있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읽는 서양미술사>는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일본인 교수가 간단하게 정리한 미술사 책이다. 일본 특유의 다이제스트 서술이 드러나는데, 핵심적인 것들을 설명하며 하나의 교양 강좌처럼 되어있다. 따로 옆에 도식화까지 했다. 미술사를 보는 관점을 설명하면서, 명화에 숨겨진 특징과 미술 기법의 발전, 전체적인 서양 미술사의 흐름과 암호와 상징들을 해석한다.

 

미술품은 시대와 개인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사회뿐만 아니라 화가 개인에 대해 아는 만큼 그림이 보인다. 특히 중세 시대의 가톨릭 그림, 혁명의 시대의 그림들은 상징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에 알아야 그림이 이해가 간다.

 

그림은 주관이 투입된다. 화자의 의도에 따라서 원근법이 달라지거나 충분히 배경이 달라지기도 했다. 물론 외압에 의해서 그림에 변형이 있었기도 했지만, 화가 개성의 어느 정도의 허용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이 주관성은 곧 다양성과 발전을 의미했다. 그래서 결과물을 보면서 의도를 파악하는 것도 재미있다.

 

저자는 '이 그림을 왜 그렸을까?' 생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말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그림의 특징부터 사회의 특징까지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회의 영향을 크게 본다. 미술은 시대와 함께 간다. 과거의 미술이 상상력의 발현이나 사진의 대체물이었다면, 이제 미술은 일상이자 철학이 되었다. AI가 대회에서 수상하는 이 시대에 주관성, 철학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는 중세 시대의 제약을 강조해서 설명한다. 미술사에서 르네상스를 빼놓을 수 없는데, 누가 먼저 중세의 금기(노출이나 세속적 표현의 억압 등)를 깨나 보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그리스 로마시대에 행해졌던 나체 표현은 중세에 금지된 모습을 보면 사회의 영향의 중요성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르네상스 이후에 화가들의 개성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기존에는 인물화에 집중되어 있던 그림의 장르 또한 다양해졌다.

 

미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돈이다. 앞서 말했듯 미술을 알려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 당대에 예술을 후원하는 쩐주는 당대의 잘나가는 인사였으니 말이다. (메디치가문은 말해모해)

 

이처럼 시대의 편견을 부수고자 하는, 자신의 참을 수 없는 욕망을 분출하는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것도 묘미다. 우리가 코페르니쿠스, 다윈 혹은 종교개혁가들이 쉽게 의견을 공표하지 못하고 책에만 그 내용을 썼었던 마음을 보듯, 화가들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시대의 제한은 오히려 전체적인 흐름에서 보았을 때 미술의 다양성으로 나타났다고도 볼 수 있겠다. 물론 결과론적인 입장에서 본 것이겠지만. 아니면 인간 다양성의 발로가 미술과 표현의 다양성인 것으로 볼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우린 다양한 작품과 표현으로 다양한 인간과 사고를 본다.

 

과거의 그림은 작가의 의도 해석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면 현재의 그림은 관찰자의 주관적 해석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는듯 하다. 물론 현대미술이란 이도저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만, 그림도 결국 인간 세상 안에 있어 벌어지는 재미있는 현상이 아닐까. 인간에 대한 이해가 곧 미학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다.

 

알고 있던 내용들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 강의의 흐름을 짜는 참고서로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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