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숭배론 한길그레이트북스 183
토머스 칼라일 지음, 박상익 옮김 / 한길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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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주의 역사관'이라는 것은 역사를 배울 때 한 번씩은 등장하는 것이었다. 역사에는 영웅이 존재한다거나, 영웅이 세상을 바꿨다고 생각하는 것. 우리로서는 이순신이나 세종대왕정도일 것이다. 영웅주의적 역사관을 가지고 역사를 평가한 19세기의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이 있다.





그의 책은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다. 최근까지 역사 스토리텔러로 유행했던 설민석, 유시민, 썬킴 같은 인물들처럼 역사 이야기꾼으로 나섰기에 유명해진 책인 것 같다. 그는 시대별로 영웅을 설정해 자신이 왜 그들을 영웅으로 생각하는지 설명한다. 그 이름들 한 번 보자.




오딘, 마호메트, 단테, 셰익스피어, 루터, 녹스, 존슨, 루소, 번스, 크롬웰, 나폴레옹




그가 뽑은 영웅의 리스트를 보면, 단순히 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그가 영웅은 시대별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웅의 외면보다는 공통된 숨겨진 특성이 중요하다. "영웅은 자기가 태어난 세계의 종류에 따라서 시인, 예언자, 왕, 성직자 또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영웅으로 뽑은 이유와 당대 사람들이 숭배했던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시대에 따른 영웅숭배의 모습도 단계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신적인 존재에서 예언자로, 또 예언자에서 다른 모습으로 넘어가는 것을 단계로 구분했다.

그의 영웅적 기준은 단연 "성실함" 이었다. 진리에 대한 성실한 탐구라고나 할까. 진실됨 또한 중요 요소였다. 모든 영웅의 특성으로 사물의 외관이 아니라 사물 그 자체 위에 서는 것을 말했다. 외관이 아닌 내면의 것을 보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영웅인 것이다. 영웅들의 생애를 바탕으로 그들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해당 인물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좋다. 없어도 좋다. 그가 인물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영웅에 대한 찬양만 하지 않는다. 인물에 대한 비판 또한 소개한다. 하지만 칼라일은 그 인물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영웅으로 뽑힐 수 있는지를 피력한다. 칼라일의 서술, 특히 단테와 같은 인물을 설명하는 서술에서 일종의 호들갑으로도 느껴질 수 있을 만큼 과한 칭찬들을 하지만 오히려 그런 문체가 글의 재미를 더해준다.

칼라일은 미래 혹은 현재의 사람들은 과거를 낡은 것으로 보거나 가치 절하해 멀리하지만, 과거의 숭배는 결코 가치가 없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은 일종의 '역사주의적(?)'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는데, 그는 지나간 인간들에 예의와 존경을 표하며 역사라는 장엄한 관점에서 개인을 바라보고 있다. 진리라고 여겨졌던 것들은 설령 그것이 현재의 시각에서 잘못되었다 생각하더라도 미래의 발판으로서 중요한 것이다. 그는 기독교(정확히는 칼뱅주의자) 인이었지만 오딘이나 마호메트를 영웅으로 꼽은 것을 보면, 그가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인정했던 것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객관적 기준으로 영웅을 선정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당대의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그의 역사관은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가슴속에서 진리로서 정직하게 살아있었던 모든 사상은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본, 신의 진리에 대한 정직한 통찰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안에 본질적인 진리가 있으며, 그 진리는 모든 변화를 초월하여 우리 모두의 영원한 소유물이 되어 있습니다."

그가 싫어한 것은 18세기의 만연해진 회의주의였다. 그는 세상을 기계적으로 보는 것을 혐오했다. 세상은 나무 같은 것이지 기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그가 기독교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는 정신을 중요시했다. 물질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모든 것의 근본이자 시작이라 여겼다. 또한 그는 보수주의적이기도 했다. 루소를 영웅의 자리에 위치시키기도 했으나. 대체로 비관적이며 비판적인 서술을 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중간중간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인용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그는 과거의 유산을 소중히 다루며 믿음의 가치를 믿는 입장으로, 기계주의적이고 자만심 넘치는 진보주의적 역사관을 비판하고 있다.

"이 우주를 기계로만 보는 사람은 우주의 깊은 신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극히 치명적인 오류에 빠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우주에 대한 인간의 관념에서 모든 신적 존재를 제거한다는 것은 인간이 범할 수 있는 가장 비인간적인 과오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그는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칼라일의 역사 교과서'는 아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그 기준으로 평가한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라고나 할만하다. 그가 영웅들의 어떤 점을 칭찬하고 어떤 점을 비판하고 있는지 본다면, 당대의 '영웅상'이 어떤 것인지 엿볼 수 있다. 그의 글은 과격할 수 있으나, 그의 감정이 고대로 묻어 나오기 때문에 지금도 재미있게 읽히는 것 같다. 하지만 영웅주의 역사관과 기독교 중심적 서술, 프랑스 혁명에 대한 보수적 입장, 정돈되지 않은 서술 등으로 비판할 점이 여럿 있다.

그가 전하는 의미 있는 메시지라면, 우린 세상의 진리를 알아야 하고 성실히 자신의 임무를 다해야 하는 것. 세상을 죽어있는 시체처럼, 기계적으로만 보지 말 것. 칼라일의 입장에서 그 진리란 기독교적인 의미였지만, 결국 우린 나름의 관점에서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성실하고, 또 진실한 마음을 갖는다면 충분히 영웅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리고 영웅은 누군가 알아봐 주지 않아도 되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칼라일은 우리 또한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명해지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칼라일은 빈곤과 같은 역경이 영웅의 조건일 수 있음을 말한다. 최선을 다해 삶의 진리를 찾으려고 노력해 보자.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하고 깨달으며, 세상의 진리를 이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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