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한길그레이트북스 40
윌리엄 제임스 지음, 김재영 옮김 / 한길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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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교회를 다니면서 어떤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내가 믿고 있는 신의 개념과 타인의 개념은 일치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같은 텍스트를 읽고 '같은 신'을 섬긴다고 하지만, 같은 종파를 가진 저 멀리 떨어진 곳의 신도와 나의 신앙이 100% 일치할 수 있을까? 또, 현대의 종교라고 하는 과학적 믿음 자체도 그 세부적 가설과 믿음이 다양한데 우리가 '믿음'이라는 체계를 하나의 공통담론으로 여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살기 피곤해진다) 그니까 쉽게 말하면, 텍스트로만 배워서 너와 내가 믿는 게 100% 같은 것이냐는 말이다. 사실 경험하는 것은 달랐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믿는다는 것은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와 체화하지, 외부의 것으로부터 뇌에 달달 외워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외부적으로 받아들여진 종교는 너와 나를 구분하는 잣대가 될 뿐이었다.

자 그렇다면, 우리에게 종교적 의미란 무엇일까? 윌리엄 제임스는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갑자기 "신내림을 받았다" 혹은 "번개를 맞았는데, 갑자기 천국이 보였다"라며 자신이 신과의 어떤 관계를 경험하고 획기적인 이론을 들고 오는 종교인들을 몇 보지 않았나. 사실 농담으로 말한 것이지만, 제임스는 종교적 경험 속에 종교의 근원적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프래그머티즘, 실용주의 학자로 알려져 있는 윌리엄 제임스의 대표 저작<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이다. 먼저 프래그머티즘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흔히 '실용주의'로 불리는 현대철학의 한 학파로, '경험'을 강조한다. 프래그머티즘에 대한 입문서로 [듀이&로티: 미국의 철학적 유산, 프래그머티즘]을 추천한다.

제임스는 지식으로 우리의 삶이 개선되거나 향상되는 것을 원했다. 그 초점이 어떤 '올바름'이 아니었기 때문에 종교적 문제에 관해서 조금 더 너그러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고를 가졌던 제임스는 집에 박혀서 연구하는 칸트 같은 스타일이 아니었다. 너무 깊은 과학적 논쟁도 지양했으며 같은 의미에서 너무나도 (그의 입장에서) 의미 없는 신학적 다툼 같은 것도 의미가 없었다. 내가 보는 그의 의미지는 어느 정도 중간선상에서 삶을 개선하는 입장에 있다. 그런 관점은 종교 연구에서도 보인다.

"제임스는 어떤 특정한 종파나 종교의 관점에서 종교현상을 연구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해서 어떤 특정한 철학 사조나 학파의 관점에서 철학을 연구하지도 않았다. 그 둘을 엮을 수 있는 전인적인 인간 이해의 관점, 즉 종교연구로부터는 감정적 측면, 그리고 철학연구로부터는 지적 측면을 모두 포함시키는 관점에서 종교와 철학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윌리엄 제임스의 전반적 사상을 프래그머티즘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실러가 처음 사용한 휴머니즘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p.27)

이론에 조금은 오류가 있어도 그 종교가 삶에 의미를 주면 참이라고 여겼다. 그는 과정과 경험을 강조했다. 그니까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이론보다는 경험이 더 우선된다. 제임스는 애초에 종교연구에서 실증주의, 과학적인 연구가 가능하지 않다고 여겼다.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 삶의 다양한 현상들이란 관념적이고 논리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연결고리들을 하나의 현상 안에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연결점들의 상호 관련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는 어떤 현상의 실재도 분명하게 드러내놓을 수 없다."

물론 이 책은 '종교란 무엇인가' 따위를 묻는 내용은 아니다. 종교적 경험은 그 현상 자체,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기 위해, 그것들을 입증하기 위한 수많은 사례들이 내용으로 꽉꽉 차있다. 그러면 그런 현상들에서 공통적인 몇 가지 특징들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이고, 자신이 어떤 진리를 발견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에게 종교적 삶이라는 것은, 그저 역사적으로 이어져온 인간 사회 혹은 개인의 본질적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종교에 있어서 우리가 제도화한 것이 믿음으로 연결되려면 그 간극을 어떻게 채워야 하나,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세계사에서 서양 종교를 전파할 때 보였던 그 간극을 폭력으로 극복했던 모습과 문화 간 일치점을 기반으로 극복한 모습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에게 종교의 의미는 다양한 여러가지 종교적 모습 속에서 보인 본질적으로 같은, "공통적인 종교적 경험의 표현"이라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성스러운 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그것과 관련지어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한, 종교는 인간 개개인들이 고독 가운데 표현한 감정들, 행위들 그리고 경험들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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