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 사이 - 정치사상에 관한 여덟 가지 철학 연습 한길그레이트북스 182
한나 아렌트 지음, 서유경 옮김 / 한길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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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유머가 있지 않나, 만약 책이 어렵게 읽힌다면 저자가 독일인인지 확인하라고. 한나 아렌트는 말을 어렵게 한다. 그녀의 사상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그녀의 글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계속해서 읽다 보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이 온다. 나도 그랬다.


『과거와 미래 사이』는 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 에세이 모음집이다. 8장으로 이루어져 전통과 현대, 역사 개념, 권위와 자유란 무엇인가, 교육과 문화의 위기와 진실과 정치, 우주 정복과 인간의 위상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해결점을 제시하기보단 현대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 저서는 한나 아렌트의 말로 "정치사상에 관한 철학 연습"을 위한 글이다.


'과거와 미래 사이'는 어디인가? 그렇다 지금 여기 현재다. 한나 아렌트의 시간관에서는 무한한 과거와 미래가 부딪히는 곳이 과거와 미래 사이인데, 여기서 우리는 사유할 공간을 확보한다. 한나 아렌트는 과거와 현재의 역사관을 비교하면서 우리가 이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전통적인 자연관을 벗어난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왜 이것이 문제인지 고찰한다.


'전통의 단절'이 주요 포인트인데, 한나 아렌트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된 서구 정치사상의 전통이 키르케고르, 마르크스, 니체 각각의 이론에서 보여지는 특성에 의해 붕괴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플라톤 이래로 기존 사물을 재고 판단하며 또 그것의 의미를 부여한다고 추정되었던 초감각적이고 초월적인 이데아들에 대항해 니체가 감각적이고 물질적으로 주어진 것과 삶에 대해 강조한 일은 일반적으로 허무주의라고 불리는 것으로 귀결되었다."(p.117)라고 말한 것처럼, (물질왕 마르크스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시대의 인물들은 저 너머에 있는 이데아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다.


현대 역사 개념은 16-17세기 자연과학의 거대한 발전을 예고한 시기에 일어났다고 설명하는데, 이 가운데 '세계-소외 현상'이 있음을 말한다. 이것의 한 측면으로 "인간의 지각에 '객관적으로'주어진 어떤 불변하며 변할 수 없는 대상인 외부 세계의 실재에 대한 회의" 즉, 현대적 회의의 중요한 결과로, "'감지된' 대상보다 더욱 '실재적'인 것으로서, 그리고 어쨌거나 경험의 유일하게 안전한 근거인 감각을 감각으로서 강조한 일"을 들었다.


이는 세상을 이해했던 인간의 사고 변화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감각을 믿은 인간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이해했고, 과거에 신적으로 의미부여가 되었던 것들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또 그것은 객관적 의미추구로 이어졌다.


과거의 인간에 대한 수사인 정치적 동물, 언어적 동물, 이성적 동물이 아닌, 현대의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 따위로 해석되어 '행위하는 인간'이 되었다. 이 행위하는 인간에겐 역사란 하나의 '과정'이다. 그렇게 발전 진보와 같은 하나의 '과정'으로서 자연과 역사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렌트가 "행위 능력이 인간의 모든 능력 및 가능성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 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 "자연의 행위를 가하는 일, 즉 우리가 결코 믿을 만한 수준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기초적 힘들과 직면하는 영역에 인간의 예측 불가능성을 끌고 들어가는 일은 위험 천만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행위 능력이 여타 능력들ㅡ관조를 통한 경이(wonder)와 사유(thought)의 능력 못지않게 호모 파베르 [즉 제작자]로서 인간과 애니멀 래보란즈 [즉 노동하는 동물]로서 인간의 능력도 여기 포함된다ㅡ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일일 듯 하다." (p.164)


​한나 아렌트는 역사를 돌아보며 전통의 붕괴와 인간 사고의 변화 즉, 사유능력의 퇴보를 지적했다. 그 사이에 역사를 그저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있는 '행위하는 인간'이 있다. 행위가 사유를 압도해버렸다.


현대 과학의 목표는 훨씬 더 인간의 감각들과 정신에 스스로 드러나는 저 자연현상의 이면에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관점에서 인간세상을 본다면, 그것은 단지 외화된 행태일 뿐이다.여기서 아렌트가 우주정복의 시대에 들어서 우리는 이런 인간의 모습이 '위태로울 정도로의 지점'에 가까워졌다 비판하는 것이다. 이 관점을 추구하는 현대는 "발언과 일상 언어가 의미 있는 발화가 되지 못한 것"으로 정치적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아렌트 사상의 핵심은 '인간의 복수성'이다. 인간은 발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정치를 만든다. 우주를 정복한 인간의 위상은 나아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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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 2023-07-28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떠한 책인가 가늠하고자 읽은 댓글인데
발화를 느끼고 말았습니다.
저같은 청년 중 철학함과 사유의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죠.
지금의 청년들이 전통이라는 유산의 단점은 차치하고 장점 까지도 모조리 감각의 어둠 이면으로
묻어버린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습니다.
더 거대해진 군중들과
더 거대해진 소통창구
더 거대해진 정치세력
이 모든 감각의 조합들이 과연 어떤 22세기 미망의
역사를 만들어버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