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태안 신두리 모래언덕에 핀 꽃
김천일 지음 / 보림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천연기념물 431호 태안 신두리 모래 언덕.
아, 이런 곳도 천연기념물이 되는 구나.
이런 무지함이란..... 책을 넘기면서 얼마나 내가 더 무지한지 확확 깨달았다. 그저 그런 풀과 꽃, 작은 벌레들에게 내
아무 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모래 언덕에, 늘 물이 부족하여 메말라 있는 모래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해마다 생명을 틔우며 사는 존재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 그림책>을 그린 작가의 그림 솜씨는 사진을 보는 것보다 정교하고 섬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몇 해를 거쳐 애정어린 마음으로 신두리를 찾아 그 생명들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 화폭에 담은 화가의 마음이 더 소중하다. 그 마음으로 모르고 넘어갔을 존재들을 알게 되었다. 그게 기쁘고 반갑다.
이 책은 신두리 모래언덕에 자라는 식물의 모습을 초봄에서 겨울까지 다음해 새봄까지따라 차례로 담았다.
첫 장에는 생명이라고는 전혀 사것 같지 않은 모래밭이 나온다. 그런데 금방 [통보리사초]가 고개를 내민다. [해당화]의 싹도 고개를 내민다. 나중에 어떤 꽃이 피어날 지 기대가 자못 크다. [사철쑥]의 하얀 솜털이 살아 있는 것 같다. 5월이 되어서야 모래밭에 [갯메꽃]이 피어난다. 이제 좀 살아있는 모래언덕 같다. [갯완두]와 [모래지치]는 작지만 참 예쁜 꽃이다. 나비 한마리 찾아들어 더욱 정겨워 보인다. 누구의 알인지 모를 알 하나, 콩알 닮은 똥, 개미귀신 집. 동물들도 자기 흔적들을 남긴다. 은빛 [띠]가 흔들흔들. 작가는 '솜사탕'같다고 표현했는데, 솜사탕 같이 둥글고 풍성한 맛은 없지만, 왠지 부드러울 것 같다. 사르르 입에 녹는 것처럼.
여름에 비가 오니 한결 더 풍성해진 바닷가가 되었다. 두웅습지에는 작은 동물들이 물풀들과 함께 등장한다. 노란 띠를 두른 금개구리의 모습 뒤로 물뱀이 스르르 기어나온다. 조용한 순간이지만, 굉장히 긴박한 순간이기도 하다. [갯그령], [통보리사초], [좀보리사초]가 여름에 고개를 내밀었다. 그나마 바닷가에서 자주 마주친 것 같은 반가운 식물 [나문재]와 [수송나물] [솔장다리]가 보인다. 이 녀석들 이름이 이랬구나.....
그리고 한 여름에 바닷가의 장미꽃인 해당화가 한껏 피어있다. '해당화'란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줄곧 작고 아름다운 것들에게 초점을 맞추던 작가는 한여름 몸살을 앓은 바닷가의 모습도 그려넣었다.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것들로 인해 상처받는 모래 언덕.
그리고 가을이 온다. 여름내 다른 풀들에 가려져 있던 [순비기나무]가 가장 늦게까지 남아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이 기특하고 장하다. 게다가 앙증맞고 고운 보라빛 꽃을 피워냈다. 그리고 금새 겨울이 찾아왔다. 삭막해보이는 모래언덕의 모습. 얽히고 설킨 뿌리가 드러난다. 모래를 잡으려는 듯한 뿌리의 모습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또 한번 느낀다.
바닷가에서 언덕 너머로 이어지며 풀 하나하나의 특징을 수채화로 담아내면서 식물도감 같은 설명이 아니라 환경에 맞게 어떤 모습과 특징을 지니고 살아가는지를 알기 쉬운 비유와 동시 같은 문장으로 표현해 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유와 동시같은 문장이어도, 그다지 읽기에 쉬운 문장은 아니라는 점이다. 소리내어 읽으면 읽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좀 부족해보인다. 어른이 아이에게 설명하는 어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아이 혼자 읽기에는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글이 될 것 같다. 참 좋은 그림들이 글로 인해 빛을 더욱 발하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점이다.
모래언덕에 자라는 식물(사구식물) 18종
이 책에서는 사구식물의 특징을 잘 지닌 18종의 식물이 소개된다.
- 키가 작거나 기울며 자라는 풀 [갯메꽃], [갯완두], [모래지치], [참골무꽃]
- 키가 작고 예쁜 꽃 대신 뭉툭한 이삭을 맺는 사초과 식물 [통보리사초], [좀보리사초]
- 사람들이 약재로 탐내는 바람에 보기 힘들어진 풀 [초종용], [갯방풍]
- 햇볕 피하려고 잎이 솔잎처럼 가는 풀 [사철쑥], [나문재], [수송나물], [솔장다리]
- 뿌리줄기로 번식하여 무리를 짓는 벼과 식물 [띠], [갯그령], [산조풀], [갯쇠보리] - 모래밭에 자라는 키 작은 나무 [해당화], [순비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