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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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여자들을 좋아해 왔다. 쟤 왜 저래? 라는 생각이 드는 여자들과 여자 같지 않지만 분명히 여자였던 여자들, 사람을 내던지거나 심지어는 죽일 줄도 아는 여자들. 온갖 미디어, 이야기, 시, 현실에서 마주한 정신 나간 여자들을,  겉으로든 속으로든 좋아해 왔다. 

내가 그냥 미친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건 안다. 이것을 읽는 당신이, 미친 사람과 미친 여자가 그렇게 다른 걸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자라는 단어를 놓치고 싶지가 않은데, 거기에 진실이 걸려 있다. 나는 그들을 미친 여자라 부르면서 어느 순간 이해하고 이입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나 스스로도 내가 미친 여자 같다. 나는 나 스스로의 어떤 부분과는 협상할 수 있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왔다. 이건 어떤 병이라고 칭할 수 없었고 (우울증과 미주신경성실신이라는 이름을 얻긴 얻었다.) 종교에 의탁하는 건 정말로 불가능했으며 (가끔은 절에 가서 절을 한다.) 나를 사랑했다던 어떤 애는 나와 헤어질 때, 나를 히스테리 환자라고 불렀다. (히스테리라는 병은 없다는 거, 그 애는 이제 알까?) 나는 나의 문제와 해답을 찾아 오래 헤매 왔지만 무엇도 내게 답이 되어 주진 않았다. 나의 문제를 하나로 지목하거나 정의할 수 없는, 그런 삶은 보통 미친 것으로 말해졌고, 나도 내가 좀 미친 여자라고 생각해 왔다. 진짜 미친 짓은 이런 삶을 지속해야 하는 것이다. 본론적인 문제로 계속해서 회귀한다. 나는 왜 이런 짓을 계속해서 하고 있을까, 이따위 답도 없는 삶을 사는 게 무슨 의미인가....... 하는 식으로.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의 한 챕터 제목은 이렇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세상을 바꾸는 여자’.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시간 동안 아무 데도 가지 않았고, 밖으로 가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나를 알고 싶었다. 나를 좀 더 이해하는 방식으로 이 삶을 발견하고 싶었다. 세상과 화해하고 싶었다. 이 책에서는 여성이 떠나는 모험을 스스로가 가진 힘을 탐색하는 과정으로서 그려낸다. 무시무시한 용이나 뱀도, 악마처럼 묘사되었던 마녀나 노파도, 전부 내 안에 드리워진 깊은 숲에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것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지속해 온 이 미친 삶이, 어쩌면 내 안에 드리워진 깊은 숲에서부터 기원했을지 모른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일까? 여성성에 대해 말하는 방법으로서, 이 책은 내게 가장 실용적인 책 중 하나가 됐다.

몇 년 전에는, 내가 사는 이 미친 삶을 종종 집에 비유했다. 그 집은 이런 집이다. 불 꺼진 집. 영영 정전인 집. 이 집에 사는 나조차 이 집의 구조를 모르는 집. 구조가 가끔은 바뀌는 집. 넘어지고 부딪히고 무릎이 깨지면서 차근히 그려나가야 하는, 그러나 평생 다 알 수 없을 집. 돌이켜 보니 이것은 내면의 숲으로 파고 들어가야 하고, 스스로에게 숨겨진 괴물들을 만나야만 하는 모험과 같은 비유로 여겨진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지겨웠다면, 다만 이제는 궁금하고 조금 설레이기도 하는 것이다. 내 안에 얼마나 커다란 힘이 도사리고 있기에 내가 이토록 오래 아팠는지.


조이스 박의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이 아름다운 책은 태연한 책장에서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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