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비밀 정원 - 현정원 수필집
현정원 지음 / 연암서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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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파리 여행기이다. 나 역시 주마간산 식으로 파리를 다녀왔기 때문에 작가의 에펠탑 인상기를 흥미롭게 읽었다. 모파쌍이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에펠탑 아래 레스토랑에서 항상 점심을 먹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내 눈에도 에펠탑은 그저 거대한 철골 구조물에 불과했다. 세느강에서 바라본 불밝힌 에펠탑은 장관이었으나 그것은 결국 크고 화려하다는 느낌에 불과했다. 작가는 낮의 에펠탑을 '커다란 바늘을 들고 뜨게질 하는 두 손'으로 묘사했다. 그것은 하단의 아치가 '정교한 레이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의 에펠탑은 '금나팔'로 묘사했다. 딴은 신의 재림을 알리는 팡빠레라면 그 정도의 나팔은 돼야 하지 않을까? 작가의 상상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면에 박혀 있는 금나팔을 뽑아 들어서 허공을 향해 힘차게 불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작가의 이런 상상력에 대해서 '황당함'이란 네이밍으로 무시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도 그 글이 잊히지 않았고 그 돌연한 이미지들이 머릿속에 살아 있었다. 뭘까? 그 이미지들이 점점 선명해지는 건 뭔가 심미적 설득력이 있는 건 아닐까? 더구나 신화 속 거인처럼 에펠 탑을 뜨게질하고 에펠 탑을 뽑아 들어 나팔처럼 불고 싶다니.... 이건 시에서도 허용하기 힘든 지나친 비약 아닐까? 아니 어쩌면 이건 산문에서만 허용될 수 있는 인문학적 종횡무진이며 크로스오버 아닐까? 나는 작가의 글을 더 읽어 나갔다. 그리고 점차 나의 의문은 확신으로 변해 갔다. 수필집 도처에서 나는 작가의 빼어난 심미적 감각과 깊은 인문학적 소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이 두툼하고 삽화가 아름다워서 다행이다. 나는 '아버지의 비밀 정원'을 두고두고 읽을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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