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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 서글픈 우리의 초상
창피하고, 서글펐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퍼뜩 떠오른 감정의 단편들이다. 우리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들어낸 것이 창피했고, 이 나라의 건강하지 못함이 서글펐다. 박노자는 한국인 보다 더 한국적으로 이 나라를 이해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방인 이였기 때문에 더 한국이라는 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우리라는 이름으로 밝히기 꺼려 했었고, 중이 제 머리를 못 깍듯이 스스로 들추어 보일 수 없었던 수많은 이 나라의 상처들을 박노자는 과감히 이방인의 시각으로 때로는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언뜻 보기에는 정상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심층을 세밀히 관찰해 보면 무엇인가 비정상이다. 그에게 들켜 버린 서글픈 우리의 초상들....
● 마비된 이성
우리는 지난 현대사를 군사정권에 의한 독재로 그 밑그림을 그려왔다.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그들을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라는 값어치를 채득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그때의 열정을 상실했다. 오히려 군사정권을 진두 지휘했던 독재자를 그리워하는 현실이다. 섬뜩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일고 있는 박정희 신드롬과 그에 편승한 박근혜 신드롬등 검증되지 않은 많은 사실들이, 비판받아야 할 많은 과거 독재의 문제점들이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난무하고 있다. 박정희는 조국 근대화란 이름으로 경제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신드롬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행사한 폭력 앞에 무참하게 짓밟힌 수많은 젊은이와 우리들의 모습은 조국 근대화 논리에 다시 한번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 한국인들의 무조건적이 추앙이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형태이다. 이러한 무조건적인 추앙은 우상숭배로 이어진다.
● 너와 나 함께 살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나와 타자를 구분한다.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것은 좋지만 타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더불어 살아야 할 세상에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건강한 정신을 소유한 나라라면 타자들의 존재에 대해 인정하고, 함께 살아나가야 한다. 지금도 도저히 사람이 일할 수 없는 작업현장에서 사람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멸시가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깜둥이라는 말들, 또 베트남의 수많은 라이 따이한이 우리를 가슴아프게 하는 슬픈 타자들의 모습일 것이다. 너와 나에 대한 구분이 명확한 사회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존재할 수 없다. 사회는 결코 나만이 살아 갈 수 없다. 나만이 있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늘 자신뿐만 아니라 타자에 대한 배려가 살아있는 사회가 그리울 뿐이다.
우리가 행하는 타자에 대한 멸시는 같은 민족간에도 존재하는 아픈 현실이다. 우리는 러시아에 있는 동포 고려인이나, 중국동포에 대해 동포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씌어 놓았지만 실상에 있어서는 외국인 보다 더 타자로 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우월주의와 멸시로 가득 찬 시선을 견지하고 있다.
● 폭력으로 가득한 사회
이 사회는 비록 군사정권의 마수에서는 벗어났지만 군사문화가 충만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징병제에 의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한참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할 시기에 군대라는 곳에서 천금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국가적 인력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또 군대는 수많은 남자들에게 내재적으로 폭력성을 심어 놓았다. 상명하복체계가 뚜렷한, 수직적 계열이 명확한 군대의 조직은 한국 남성에게 복종이라는 말을 각인 시켜 놓았다. 많은 나라에서 양심적 병역의무 대체를 인정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군대에 가는 것을 거부하지만 우리 나라는 국가가 아직 인정하지 않고, 사회에서는 군대에 안가는 것을 터부시하는 잘못된 인식이 지배적이다. 군대에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폭력과 그리고 군대에서 파생된 수많은 군사문화는 건강해야 할 사회를 멍들게 하고 점점 폭력이 난무한 사회로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