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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문득문득 잠이 들기 전, 아니면 아침에 눈을 뜰 때 이런 생각을 한다.
아, 계속 이대로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 아프다고 할까? 아니면 멀쩡한 엄마가 쓰러졌다고 할까?.....
여러가지 핑계들이 뭉게구름처럼 떠다닌다. 마치, 악천후로 학교가는 길이 잠겨 휴교되거나, 교수의 사정으로 휴강되기를 바랐던 학창시절처럼 회사도 '땡땡이'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혹은 회사란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일어나야만' 한다. 그리고 툴툴 털고 일어나 세수를 하고 지옥철에 오른다. 내가 최근에 읽은 독서에세이 <밑줄 긋는 여자>는 이런 월요병이나 퇴사, 이직의 유혹을 뿌리칠 때 특효약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다잡고 내가 그은 책 속 밑줄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이제 프로만이 살아남는다"같은 말에서 느껴지는 살벌함, 비장함, 잔혹함.... 난 이런 것들이 프로의 속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초보운전자들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늘 목이 뻣뻣하다. 그게 바로 아마와 프로의 차이다. 프로는 긴장을 풀고 즐길 줄 안다. 주위에 너무 스트레스받거나 긴장한 사람이 있다면 음료수라도 한잔 뽑아주거나 농담이라도 한 마디 걸어주는 게 프로의 자세다. 프로들이여, 여유 바이러스를 퍼뜨리자.
p46
그래, 프로란 바쁘다, 바쁘다, 힘들다, 힘들다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이 아니다. 때론 여유 DNA를 갖고 '회사, 계속 다녀라!'란 기운찬 에너지를 얻은 책이다. 해외영업부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는 저자는 신입사원 시절에 한 과장님께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과장님, 제가 스페인어를 배울까, 프랑스어를 배울까 고민인데요. 아무래도 제가 독일어 전공이니까 일본어나 중국어보다는 유럽어를 하나 더 하는 게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요. 어떤 게 좋을까요? 그 과장님은 "능력은 지금도 충분하니, 회사나 그만두지 말고 계속 다녀라!"라고 답했다.그 땐 무성의해보였던 이 대답이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보다 더 적절한 충고가 없었단 생각이 든다고 한다. 이렇게 <밑줄긋는 여자>에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기회가 오기 전에 나가버리면 아무 소용 없다는 것과, 길 위에 머물러 있는 법 등 현직 '선수'의 생생한 조언들이 살아있는 독서에세이라서 사무실에서 흔들릴 때마다(내가 이짓을 왜 하고 있는 걸까, 난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하는거, 회사엔 왜 상식이 통하지 않을까 등등 과도한 자의식이 솟구칠 때)펼쳐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