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을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으면, 실은 열 권 스무 권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비유도 무엇도 아니다. 실제로 그 책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열 권 스무 권이라는 책의 존재가 필요하며, 우리는 슬로 리딩을 통해 그들 존재를 향해 열린 길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소설가가 책을 느리게 읽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은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때문이다. 중요한 구절을 만날 때마다 책을 놓아두고 생각에 잠긴다. 때로는 그대로 독서를 중단하고 다음날까지 계속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일을 반복하다보면 속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_ 히라노 게이치로 <책을 읽는 방법>
소설가들이 선배들의 작품을 필사하고, 화가들이 옛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처럼, 내가 되고 싶은 누군가처럼 쓰거나 그리려면 일단은 따라하는 수밖에 없다. 당장은 눈에 보이게 달라지는 게 없다 하더라도 쌓이고 쌓여 몸에 남는다. 몇 년 동안 운전을 안했어도 다시 핸들을 잡으면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몸이 기억한다. _ 성수선 <밑줄 긋는 여자>

사이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잡아끈다. 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그 절실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_김연수<청춘의 문장들>

나 또한 슬로 리더이자 밑줄 긋는 여자이며 서서히 저물어가는 청춘을 문장으로 옮기는
인디라이터이기에 위의 책들을 읽고, 타이핑한다.
책 속의 책을 찾아 떠나는 독서여행.
오늘도 그 길 위에 있다.
그 흔적을 이제 알라딘 페이퍼에도 남길 생각이다.
Written by. ego2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