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에 나온 이야기,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가 따로 국밥인 웃픈 현실에 공감하면서 책을 펼쳐들었다.
남이 만든 교육과정에 숟가락 얹고 수업은 하루하루 연명해가면서 때로는 평가를 위한 평가에 허덕였던 과거가 있었다. 교육과정을 간략화하여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라 칭하고 수업도 공부모임이나 동학년 협의회에서 발전시켜나갔지만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평가까지 이어가기는 어려웠다.
어떤 연수에 가도 아이들 결과물을 보여준다.
결과물에 연연하면 안된다싶다가도 결국 눈에 보이는 결과물에 연연하게 되고 정해진 기준에 한두개씩 끼워맞추며 내년을 기약하기 바빴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고 싶기도 하고 만나고 싶지 않기도 했던 것 같다.
관심사지만 무겁도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고
철저하게 준비하면할수록 자괴감에 빠지는 일도 있었기때문이다.
처음에 책을 폈을 때 약간 실망했다.
왜냐하면 중등교사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과목별로 지도하는 중등과 달리 초등은 전교과를 가르칠뿐만 아니라 생활적으로도 굉장히 밀접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쓴 책들은 교육과정 재구성 역시 탈교과적이기도 해서 과연 내가 당장 배울 게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중등이 어디인가? 평가로 서열이 매겨야하기에 오히려 초등보다 긴장되어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성장을 꿈꾸고 기록을 통한 평가의 환류를 기획하는 것 자체가 사실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과목별로 나뉘어져 있지만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와 왜, 무엇을, 어떻게 란 포맷은 비슷하게 가되 실제로 실천한 부분은 실천하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어떻게 생각이 발전해나갔는지는 각자의 색을 더했단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학기초에는 교육과정 재구성에, 학기 중에는 수업에 치중하면서도 평가 부분이 항상 아쉬움이 남았었다. 평가를 위한 평가를 하지 않겠다. 과정을 보겠다고 했지만 내가 가진 눈높이와 내가 가진 온도가 아이들과 달랐기에 제대로 피드백 해주지 못했단 아쉬움이 들었다.
이 책은 그것을 기록하라고 이야기한다.
개인성장, 평소 관찰, 누가기록, 객관적 기록, 구체적 맥락이 있는 기록을 하라고 하는데 그게 일체화로 가는 '역경'이 아닌 지름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기록이란 건 내 삶과 아이들 삶이 연결지어질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평가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찰과 작은 평가와 피드백이 모아져있는 평가. 서열이 아닌 성장을 돕기 위한 평가를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것이 내겐 도움이 되었다.
사실 중등교육과정을 잘 모르기에 얼마나 노력한것이고 어떻게 재구성한건지 찬찬히 한장한장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초등이라서 오히려 여러 과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으며 2018년은 기록과 피드백으로 아이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에 참여하신 여러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완결이 아닌 교사로서 내가 걸어가는 길을 위한 도움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