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로 읽는 세계사 - 중세 유럽의 의문사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까지, 은밀하고 잔혹한 역사의 뒷골목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5
엘리너 허먼 지음, 솝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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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만 보아도 흥미로운 이 책. 독이라는 매개를 중심으로 우리들이 잘 알지 못했던 역사의 뒷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마치 중·고등학교 역사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흥미로운 내용을 섞어 수업을 진행하시는 것처럼(야사를 들려주는 느낌처럼) 재미있게 역사에 접근할 수 있고 흥미를 북돋울 수 있는 책으로는 그만이다. 항상 반복되는 역사 이야기는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 한국사와 세계사 공부할 때도 그냥 이해해, 외워야 해, 해서 재미없게만 느껴졌던 역사의 장면들.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부터 접근한 뒤 공부했으면 어땠을까!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살짝 후회가 되기도... 이런 방법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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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왕과 왕의 후사를 독살하려던 시도는 굉장히 자주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앉는 의자부터 입는 옷, 바르는 화장품, 마시는 물과 포도주, 온갖 진미가 가득한 음식상에도 독은 종종 발렸고, 스몄고, 녹았고, 뿌려졌다.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독은 드물었으며 서서히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고, 기대 이하의 효과를 보여주어 실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애초 시도 자체가 가로막혀 주모자 여럿의 생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도 했다.

아이의 몸을 보송하게 만들기 위해서 파우더인 줄 알고 뿌렸던 가루가 독이었다는 이야기, 밀가루인 줄 알고 치댔던 가루가 대번에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강한독이었다는 이야기, 무색무취한 특성으로 성수병에 넣고 위장했다는 이야기 등은 당시 독이 얼마나 흔하고 또 그들의 주변을 돌고 돌며 수없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무기로도 쓰였는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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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유명한 인물인 나폴레옹 이야기가 나는 가장 흥미로웠는데, 그가 사망할 때 남긴 유언 중 '본인의 몸을 해부하라'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 말인즉, 본인이 독살당했다는 것을 알고 이야기했다는 뜻이고 그만큼 당대 독살로 이득을 취하려 했던 조직이 많았다는 이야기일테니까. 게다가 이러한 부분을 현대 의학에서는 어떻게 해석하는지와 그의 몸에 축적된 비소 함량이 정상치의 100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러한 이야기가 단순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주어서 한편으로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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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폴레옹을 제외하고도 하인리히 7세, 프란체스코 1세 데 메디치, 헨리 스튜어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등 유명 인물들도 여러 차례 언급되는데 이들의 '독'과 관련한 이야기 또한 굉장히 흥미롭다. 또한 저자가 책을 열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독살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에서 살아남은 '블라디미르 카라 무르자'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헌사를 읽으니 독살의 역사는 그저 역사로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도 해 봤고, 지금의 역사 역시 우리 후손들에게 꾸준히 재평가 받을 것이고 지금과는 다른 의도로 또는 그 의도 자체로 읽히겠구나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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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읽는 세계사> 역시 저자인 엘리너 허먼이 집중한 부분을 가지고 재편성된 이야기일 뿐이지만, 그래도 허먼이 지닌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 책이 재미있다는 뜻이다. 출퇴근용 킬링타임에도 아주 그만이었다. 물론 두께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책은 꽤 가벼운 편이라서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그나저나, 한 1N년 전쯤 중립적으로 역사를 보는 시선에 대해 선생님께 이야기 들었던 수업 시간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리뷰어스클럽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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