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삽니다 작은 스푼
김일옥 지음, 토리 그림 / 스푼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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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거짓말을 사러 다니는 올치올시다. 

올치 씨라고 불러 주십시오.





혼자 있는 집 안. 숨 쉬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로 고요한 집에, 거짓말을 하는 어린이들을 잡아간다는 망태 할아버지도 아니고 웬 고양이가 민우네 집을 찾아왔습니다새빨간 양복을 차려입은 거짓말 장사꾼 올치 씨가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아무도 없이 쓸쓸한 집 안의 분위기와 엄마에 대한 서운함,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공감되도록 잘 그려냈습니다.


올치 씨는 민우의 거짓말을 사 가면서그럼 다음에 또 보자는 말과 함께 빨간 명함 한 장그리고 신기한 코인 한 개를 남기고 떠나는데, 이때 이 책의 환상성은 빛을 발합니다. 특히 올치 씨가 주고 간 코인은 민우의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어 주는 굉장한 코인입니다. 이 코인은 민우의 손에 깊숙하게 박혀 몸 속에 흐르지요. 코인을 통해 민우의 거짓말은 언제든 실제로 발현될 수 있는 한 번의 능력을 얻은 셈입니다.





이 코인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죠. 82점짜리 시험지도 100점짜리 시험지로 바꿔 엄마 아빠 기분을 좋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놀림 받을 일이 있어도, 시험 점수를 낮게 받아도, 이제 모든 것을 내 맘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깔깔 대면서 웃는 아이들의 표정을 익살맞게 표현해 낸 토리 작가의 그림은 간결하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 내고 있습니다. 그림만 봐도 책상을 탕탕 치면서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해치 씨가 원하는 최고의 거짓말’ 역시 굉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거짓말이 최고의 거짓말일까요? 거짓말은 좋은 것일까요? 아니면 나쁜 것일까요? 우리는 거짓말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요? 왜 어른들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할까요? 그렇게 가르치는 어른들은 거짓말 없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걸까요? 민우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거짓말은 무조건 나쁘다고 하지만 모두 거짓말을 하는 데다가새빨간 거짓말과 새하얀 거짓말로 나뉘기도 하니까요. 그런 알쏭달쏭한 부분을, 김일옥 작가는 오묘하게 그려 내고 있는 듯합니다.





해치 씨가 원하는 어디서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거짓말창의적이고 너무나도 기발하여 누구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거짓말은 무엇일까요? 연달아 벌어지는 사건이 이어지는 가운데거짓말 장사꾼 올치 씨와 감찰부원 해치 씨 사이에 놓인 민우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거래를 무사히 마치고 코인을 받아 평생 거짓말을 하며 살까요? 아니라면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요?


선택의 갈래에 놓인 민우처럼, 우리 역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살아가게 될 거예요. 아이들에게는 이때 어떤 선택의 갈래들이 눈앞에 놓이게 될까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아이들이 읽는 창작 동화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입니다. 거짓말은 무엇인지, 나쁜 것만인지 궁금해 하는 아이에게 이 책을 건네 보면 어떨까요?





종종 올치 씨를 만나 거짓말을 팔아 본 저는 이제야 깨달았어요.

왜 거짓말 장사꾼의 이름이 ‘올치 씨’인지요.

내가 거짓말을 하면 몰래 듣고 있다가 ‘옳지, 잘되었다!’ 하면서 달려오기 때문이에요.

옳지, 옳지, 잘되었다고 외치지만 그건 올치 씨에게 좋은 일이고, 올치 씨에게만 잘된 일이에요.

거짓말 장사꾼이니까요.


_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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