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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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달

"밤의 영역에서는 아직도 어렴풋한 흰 달이 걸려 있다.
곧 사라지겠네. 마치 나 자신처럼 여겨졌다.
목이 잘리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는 가만히 옅은 달을 올려다본다. 그런데도 달은 언제까지나 그곳에 떠 있었고, 내 목도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다."
p.150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할지 시작하기 어렵다. 갑자기 부모를 잃고 이모의 집에서 살게 된 아홉살 사라사는 이모의 집에서 참기 힘든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중, 매일 공원 벤치에 항상 앉아 책을 읽는 대학생 후미의 집에 따라가게 된다. 사라사의 실종으로 세상은 떠들썩해지고 결국 잡히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불온한 사건으로 낙인 찍어버린다. 후미는 소아성애자 유괴범으로 감옥으로 가게 되고 사라사도 결국 보육시설로 보내진다. 그리고 15년 후, 우연히 그들이 만나게 되고 다시 한번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며 연민을 갖게 된다. 읽다보면 작가의 감정선을 따라 나도 함께 물 흐르듯이 흐른다. 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어렵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마음, 서로에게 안전과 구원이 되어준 관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난하지만 책의 제목처럼 지금쯤 서로를 의지하며 어디에선가 유랑하고 있을 둘을 생각하니 더 안전한 곳에서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은행나무 출판사 서포터즈 도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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