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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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동 화재사건의 생존자, 11층 이불 아이로 불리는 '유원'. 불이 난 집, 11층 아파트에서 6살짜리 동생을 살리기 위해 창 밖으로 동생을 던지고 죽은 언니. 불이 난 아파트 아래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다리가 산산조각난 아저씨.
그 사고에서 살아 난 아이. 평생을 착한 아이로, 언니의 몫까지 착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마음과 나를 받다가 다친 아저씨에 대한 기본적인 죄책감 속에 살아가는 유원. 그리고 처음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친구 '수현'을 만나게 되며 항상 같았던 유원의 일상에 변화가 생겨난다.


"죄책감의 문제는 미안함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합병증처럼 번진다는 데에 있다. 자괴감, 자책감, 우울감. 나를 방어하기 위한 무의식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를 금세 타인에 대한 분노로 옮겨 가게 했다. 그런 내가 너무 무거워서 휘청거릴 때마다 수현은 나를 부축해 주었다" p.196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말투로 유원은 이야기 한다. 그래서 더 아프다. 담담하기 까지 얼마나 자신을 누르며 외롭게 지내왔는지 느껴져 더 아프다. 감정선에 휩쓸려 나도 함께 아파하며 슬퍼했다. 그리고 함께 단단해져갔다. 책을 읽기 시작해서 멈추지 못하고 계속 읽어내려갔다. 원의 등을 토닥여 주고 싶었고, 손을 놓치기 싫었다.
한 발자국씩 걸어가는 길에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자신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겠지. 나도 함께 성장하며 위로 받았다.


"나는 더 나태하게 살아도 됐을 것이다.
사고가 없었다면.
나태하게 살면서도 죄책감을 덜 느꼈을 것이다. 실수를 두세 번 반복해도 초조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자꾸만 무언가에 쫓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p.100


한자로 '원할 원'에 영어로 '원트', '바라다'를 뜻하는 유원의 이름처럼. 유원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삶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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