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은모든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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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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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화면에 법안 통과가 확실시된다는 발표가 떴을 때 할머니는 이제 여한이 없다며 짝짝 소리나게 손뼉을 쳤다.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엄마는 그리 좋으시냐고 물으며 할머니를 빤히 쳐다보았다.
˝뭘 물어? 당연한 걸.˝
할머니는 싱글벙글이었다.
화면속 아나운서는 십 년 전인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되었던 일명 ‘웰다잉법‘과 오늘 통과된 법안에 대한 차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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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여기저기 아프고 힘들어서 나 죽겠다, 못 살겠다, 하는 사람도 차분하게 자기가 딱딱 계획 세워서 저제상 갈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준다는 얘기야. 얼마나 좋아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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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가 해지고 찢긴 옷에 비유했다. 다 떨어진 옷을 억지로 기워 입듯이 매일 자신의 몸을 약으로 기워 나가고 있다는 거였다.
˝이 몸으로 살날은 이제 다 살았어, 내가 질 짐도 이만하면 다 졌고, 내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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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맞이하는 죽음이란 이렇게 고통도 기억도 일순간에 지워지는 과정인 것일까. 그럼 그 다음은 어떤 게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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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나는 아침 일곱 시가 조금 못 돼서 눈을 떴다. 할머니의 임종 스케줄은 오후 네 시가에 잡혀 있었으므로 이별까지 아홉 시간이 남았다. 그런식으로 시간을 셈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편안하게 보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할수록 긴장이 됐고, 그러자 시간이 몇 배는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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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내가 생각한 ‘안락‘은 어떤 의미였을까.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자신의 생사를 결정 할 수 있는 ‘웰다잉법‘이 제정되고, 지혜의 할머니는 자신의 마지막을 계획하고 가족들에게도 자신의 임종에 대한 계획을 알리게 된다. 직접 자신의 임종 계획을 세우고 정하는 내내, 할머니는 홀가분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남은 시간들을 정리한다. 하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었을지 생각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 책은 작지만 나의 머릿 속 생각을 너무나도 커지게 만드는 책. 아직도 나에겐 삶과 죽음이란 어렵다. 아마도 끝까지 풀지 못 할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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