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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ㅣ 문지 스펙트럼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평점 :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죽이기
" 마을 안쪽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차갑게 굳어서 상냥하게 녹아드는 걸 거부한다. 다시 뜀박질해 돌아가면서 나는 돌길도, 잎을 떨어뜨린 나무도, 분교장 건물도, 그 앞 광장에 짐승처럼 지쳐 웅크리고 앉은 동료들도, 이 모든 것이 부드러움이나 따스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리를 따라 천천히 흙을 밝기 시작했을 때, 골짜기 사방의 사맥은 불그죽죽한 빛깔로 그늘져 가라앉고, 죽은 듯 고요한 마을은 저물어 하늘만 하얗게 밝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별안간 찾아온 해거름이 우리의 흙 다지기 작업에 묵직하고 확실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것은 숨이 턱턱 막히고 피부에 땀이 맺히는 버거운 죽음의 이미지가 밤이되어서만 나를 찾아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가속도 붙은 듯 점점 더 열심히 그 작업을 계속했다."
태평양전쟁 말기 상황, 전염병이 감도는 산꼴짜기로 감화원 소년들을 강제 이주 시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때 그 당시 시대적 상황과 그들이 처한 상황은 처참하고 비극적이고 앞으로 그들이 겪어 나가게 될 상황들도 비슷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 안에 이들은 외롭고 무서움 속에서도 자기들만의 생활을 즐기고 적응하게 된다. 밝지는 않다 물론 어둡고 어두운 상황과 생활이 지속되지만 그안에 그들의 자유로움을 그리고 마지막 남은 그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