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 어느 의사의 고백
로버트 S.멘델존 지음, 남점순 옮김, 박문일 감수 / 문예출판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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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발적이다. 의료현장과 의사를 싸잡아 무책임하고 인명을 경시하는 마귀같은 자들이라고 힐난한다. 의료현실과 의사들의 자세를 비난하는 저자의 가시돋친 공격에 우리네 보통 사람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의료기술과 의사는 완전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들도 실수를 할 것이다. 미국 의료현장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오진율이 15%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실수 혹은 잘못에 대응하는 의사 혹은 의료기관의 태도에 있을 것이다. 그들은 결코 오진이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오히려 환자에게 덮어 씌우는 경향이 농후하다. 눈에 보이는 의료사고는 물론이고 흔적도 없이 덮어 버리는 의료 잘못이 얼마나 많이 있겠는가.

나의 경험도 한 몫 할 수 있다. 현재 나는 아랫 어금니 하나가 일명 금니가 되어 있다. 몇년 전에 음식을 씹으면 시큰거리는 느낌이 있어 치과에서 간단한 보철치료를 했다. 그런데 전혀 나아지지 않아 여러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렇게 간 치과가 9군데 였다. 가는 곳마다 사진 찍고 다시 보철하고... 그런데 9번째 간 치과에서 보철한 이가 아닌, 그 뒤쪽 이가 문제였음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일찍 발견했으면, 간단히 치료될 해당 이를 할 수 없이 많은 비용을 들여 전체를 금으로 장식(?)하게 된 것이다.

화가 치밀었다. 4,5년 고생한 것도 화가 났지만, 지금껏 모든 이를 온전하게 보존해 왔는데, 멋있는(?) 금니 하나를 대체한 것에는 더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실력도 없는 지지리도 멍청한 의사X들... 그러나 분노는 접어두기로 했다. 만일 내가 중병에 걸린다면 할 수 없이 의사를 대면해야 할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저자의 균형된 시각이 아쉬운 것이다.

앞으로도 실수는 계속될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병원에 따라 심장병 수술 환자의 사망율 격차가 몇배 차이가 나는 걸 본 적이 있다. 문제 해소의 방향은 의사나 환자 일방을 매도하는데 있지 않다. 그건 의료 시스템 개선을 통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환자가 받는 의료서비스 과정과 내용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해당 환자가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놓으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의사로서 하기 힘든 고백과 동료들에 대해 뼈아픈 일침을 던지고 있다. 바로 의사의 존재이유인 환자와 의료과정을 공유하는 직업의식이야 말로 이 책의 진정한 주제가 아닌가 한다. 끝으로 서울대병원장과 대통령 주치의를 역임한 고 한용철 선생이 환자를 대하는데 있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글귀를 소개한다.

'無財七施란 불교의 경전 중 하나인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나오는 말입니다. '부드러운 얼굴과 좋은 말씨로 사람을 대하고, 마음가짐과 눈빛을 좋게 하고, 지시나 가르침을 고운말로 하며 앉을 자리와 잠자리를 마련해주라'는 뜻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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