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추한 내 방 태학산문선 109
허균 지음, 김풍기 옮김 / 태학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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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유물이고 돌려줘야 한다. 책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으면 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

물론 지인들끼리 책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기로서니 고발이야 하겠는가. 그냥 말장난이다. 하지만 웅장한 도서관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기는 이 판국에 높다란, 자기만 아는 위치에 모셔놓은 책을 빌려가서 하루 이틀 돌려주지 않으면 정말이지 119에 신고하지는 않을까. 그러고도 남음이 있다.

 

이 책, <누추한 내방> 44쪽에는 허균의 '책을 돌려주십시오'라는 글이 있다.

짧지만 은근 운치도 있고, 만담을 들은 듯 깔깔대기도 했다.

빌려드린지가 10년이 훨씬 넘었다는 그 책, <사강>!

벼슬자리를 박차고 강릉으로 가서 그 책을 읽겠다는 허균.

 

웃긴 이야기는 그 뒷쪽에도 무수히 많다.

'벼슬이랑 때때로 가난 때문에 하기도 하는 법입니다.'

이 얼마나 정겨운 말인가.

가난이 깊어지면 병이 노크를 하고, 친구가 멀어지고, 삶이 괴괴하여 마침내 고독에 몸서리를 치는데

그 몸서리를 건사할 수 있는 방안이 벼슬이라.

작금의 벼슬아치들이 생각해보면 재미지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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