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가치에 대한 탐구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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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래전부터  

밥 잘 드시고, 영어는 좀 하는데 특별히 약속이 많지 않던 인텔리겐차 네티즌의 번역으로 인터넷에서 회자되곤 하던 책이다. 

오토바이와 선. 

한국에서도 이 책을 탐내던 많은 독자들이 이미 오토바이 한대 끌고 여행을 갔으나 

그가 돌아왔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또 어떤 이는 아이폰 비스무리한 휴대폰 들고 전국을 유랑해서(거진 노숙자로) 건진 <선과 워킹 관리술>을 사이트에 올리는 기염을 토했지만(동사무소에서 자기도 하고, 아파트 계단 밑에서 자기도 했다) 그것이 책으로 출간되지 못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 책은 '장경렬'이라는 좀 잘 나가는 분이 번역을 했다. 제26장 549쪽에 캘리퍼스의 각주와 사진에서 살짝 뿜을 뻔 한 걸 빼면 미네소타와 캘리포니아를 알지도 못하는 우매한 인간에게 이 책은 실로 대단하다. 대단하다는 말을 댓글 좀 달았다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각이 딱 잡혔네." 

문학비평가가 기계 장비의 번역에 얼마나 바르게, 산문적 언술에 있어서는 얼마나 부드럽게 다듬었나를 살폈는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준을 다소! 능가했다라는, 말 많고 탈 많은 인터넷 논객들, 오토바이는 쥐뿔 하나 없이 맨날 악풀만 날리는 꾼들이 떠들어댔다.

어쟀든 이 책은 고전의 반열에 들 수 있는 수작이다. 특히 나는 이 책에서 다수를 점하는 공학적인 사유 속에서의 아름다운과 추함에 대해 전혀 들은바도 생각한 바도 없는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에서 적잖이 탄복했다.  

내가 확신하는데, 곧 공학이면 공학, 물리학이면 물리학, 의학이면 의학, 이것들과 선,  이런 식의 소설이나 산문이 나올 것 같다. 우리가 얼마나 편협한 사고로 문학이 전부라고 책장을 등지고 든든하게 살아 왔던가. 우리가 가진 것들이 이렇게 다양하지 못하는데, 우리의 문학은 대체 문학 이외에 뭐란 말인가. (물론 문학이 트윗에서는 닭도 팔 수 있다) 

사소한 책 한 권으로 책장 반은 버려야 하는, 이런 일련의 사태를 초래하게 만든 이 책! 

살짝 아쉽다면 원서의 표지 그대로 살렸으면 누이좋고 매부 좋으련만 세련미를 살려야한다는 높으신분들의 판단에 원서 사서 들춰보지도 못한 1인은 아쉽기만 하다. 하나 더 있다면 출판사가 제시한 가격! 18000원이 뭔가. 껍데기 집에서 서비스로 소등심 한 근 얻은 기분이다. 이 책은 못 받아도 28000원은 받아야 두루 체면치레 하는 것인데.  

아마존에 검색하면 이 책 한 권으로 당나라까지 달려본 사람이 쓴 책이 있다. 이 책 또한 이러한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문지에서 다시 출간을 한다니, 우리는 일단 껍데기 집에서 기다려 볼 일이다.  

뼈 속에 내것인양 박혀 있는 21세기 공학적 세계와 안창살에 박힌 존재론적 사유의 승리를 위해, 나는 보일러 터져서 덜덜 떨리는 방구석에서 서평을 쓴다. 싸다, 사서 집으로 데리고 와도 크게 삶을 위협하지 않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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