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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다이닝 바통 2
최은영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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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음식이라면, 첫맛과 끝맛이 좋았다. 최은영 작가의 미역국에 울고 서유미 작가의 케이크에 공감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식사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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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은 그만 - 할머니 손에 자란 배우의 맨주먹 정신
가자마 도루 지음, 문방울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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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러니까 이 책은 첫인상부터가 좀 짠했다. 언젠가 출판사 페이스북에서 “이 책은 정말 1부도 안 팔리네요.”라며 참 좋은 책인데 사람들이 몰라주는 게 안타깝다는 편집자의 말을 보고 구입했다. 근데 사두고도 까먹고 한참 놔뒀었다. 좀 멋진 책을 읽고 싶은데, 이건 잘 모르는 저자의 가벼워 보이는 책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짠한 책이었다.

요 며칠 심적 체력적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잠까지 뒤척였다. 나는 너무 짜증이 나서(?) 이 책을 꺼내 읽었다. 제목이랑 표지 그림이 왠지 씩씩해 보였다. 또 이경미 감독의 추천사가 너무 내 맘 같았다. ‘나이가 들면서 참 걱정은 많아지고 잠은 안 온다’고. 그래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다. 이 새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훌쩍훌쩍 책장을 넘겼다.

배고픈 날 새하얀 쌀밥을 씹어먹는 기분으로 읽었다. 별다른 반찬 없어도 따뜻한 밥 한 공기에 고마운 마음으로. 씹으면 씹을수록 달콤하다 맛있다 느끼던 즐거운 마음으로. 이 단출한 한 끼쯤은 같이 나눠 먹을 이가 있어 따뜻한 마음으로.

‘가난한데 그게 뭐 어때서?’ 태연히 저항하던 작가의 맨주먹 정신과 ‘인생은 어떻게든 된단다.’ 담담하게 그를 키운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의 태도에 자꾸만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종종 등장하는 온정 넘치는 이웃들과 반달 눈웃음에 씩씩하고 귀여운 일러스트도 보고 있으면 즐겁다. 그냥 지금을 열심히 사는 거지. 세상 당연한 인생의 진리가 와 닿는다. 물론, 치매 걸린 할아버지와 나이든 할머니와 이별하는 순간에는 눈물콧물 참느라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씩씩한 책이었다.

어느 시인이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듯이, 이 책을 읽고 나면 가난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가난해봤기 때문에 감사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고, 베풀 수 있고, 어떻게든 살 수 있다. 편집자의 말대로 참 좋은 책이고 참 착한 책이었다.

깨어나면 ‘여기가 어디지’ 싶을 만큼 비몽사몽 해서 기분 나쁜 일도 중요한 일도 곧잘 잊어버렸다. - 37p

내게 좋았던 사소한 문장 한 줄. 내일은 깨어나면 수면 부족에 비몽사몽 할 테지만,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분 나쁜 일도 중요한 일도 깜빡 잊어버리고. 그냥 단 하루를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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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로써의 글쓰기 - 작가로 먹고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33가지 조언
록산 게이 외 지음, 만줄라 마틴 엮음, 정미화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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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밥벌이로써의 글쓰기>를 읽었다. 베스트셀러 작가, 엄마가 된 작가, 페미니스트 작가, 대필 작가, 독립출판 작가, 성소수자 작가 등 지칭하는 말도 각양각색인 여러 작가가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부터 자신의 책이 나오게 된 과정과 때론 세세한 수입까지. 그간 겪었던 고충과 조언, 작가로 사는 삶에 대해 각자의 목소리로 말한다. 작가들의 솔직한 고민과 현실적인 조언이 전해져서 좋았다.


그래서 돈 잘 버는 작가가 있을까? 대답하자면 아무리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부유한 작가는 없었다. 물론 전업 작가로 형편이 괜찮은 작가는 몇 있었지만, 대부분 작가는 겸업을 하며 글을 쓰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등바등 프리랜서로 살고 있었다. 글쓰기로는 어느 누구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글만 써서는 먹고살 수 없다는 게 현실의 답이었다. 그런데도 왜 글을 쓸까.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서 작가들은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었다.


한때는 나도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서,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열댓 권의 책을 쓴 유명한 동화작가였다. 전업 작가로 살고 싶다는 내 이야기에 그녀는 말했다.


"기본적인 생계를 책임질 본업은 따로 있어야 해요. 그래야 글을 쓸 수 있어요. 저도 논술 선생님으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 글을 써요. 글만 써서 돈을 벌 순 없어요. 대신 저는 동화를 쓰니까 아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이 직업을 택했어요. 아이들을 만나면서 글감과 경험을 많이 쌓아요. 작가는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관찰해야 해요. 책상에만 앉아있는 건 아주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이후로도 동경하는 작가들을 만나봤지만 모두 비슷했다. 기자, 편집자, 방과 후 교실 선생님, 한국어 교사, 때론 문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회사에 다니며 글을 쓰는 작가도 있었다. 그 후로 나도 프리랜서 작가로 일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내 글을 썼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깨달은 게 하나 있다. 상업적인 글을 쓰는 것도, 글쓰기와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것도 결국은 모두 작가의 일이라는 것. 책 속에서 작가 넬 보셴스타인이 동경하던 시인에게서 들었던 말을 옮겨본다.


“글만 쓰는 작가는 되지 마세요. 소방관이 되거나 경찰이 되거나 선생님이 되거나 의사가 되거나 화학자가 되거나 전기공이 되세요. 하지만 글만 쓰는 작가는 되지 마세요.” 작가로만 지내는 것은 울타리 너머 세상을 탐험해야 할 때 우리에 갇혀 같은 조랑말들하고만 친하게 지낸다는 의미라고 시인은 말했다. 그의 원칙은 단호했다. 나는 그 말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 - 185p


책 속의 또 다른 작가 이윤 리는 이렇게 말한다.


작가에게는 어떤 경험이든 좋다고 생각해요, 항상 집에 앉아 있는 것만 빼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등장인물을 만든 학생들에게 항상 이렇게 물어요. “그럼 돈은 어디서 났니? 이 인물은 어떻게 먹고사는 거니?” 그러면 대답을 못 해요. 온갖 종류의 위기가 있지만 집에서 5주 동안 틀어박혀 있는 인물을 만드는 학생도 있어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줘요. “먹을 걸 사러 나가지 않니? 먹을 걸 사러 밖으로 나가면 다른 사람들과 말을 섞어야겠지. 그러면 사건이 벌어질 거야.” 젊은 작가들은 저 바깥에 큰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작가는 세상 속에 있어야 해요. - 212p


글을 쓰는 것만이 작가의 일은 아니다. 보고 듣고 묻고 노동하고 걷고 생각하는 일 전부가 작가의 일이다. 글을 쓴다는 건, 그렇게 모든 감각으로 경험한 것들을 종이에 옮겨담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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