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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한정 특별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내 삶의 스케치를 매일 조금씩 그려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돌아보며 그저 생각나는 대로 좋은 일, 나쁜 일 모두 썼어요.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지요. 다 우리가 겪어내야 하는 일들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보니 하루 일과를 돌아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잘 마쳤고 내가 이룬 것에 만족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한정 특별판으로 나온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하드 커버에 그림 작품 같은 표지도 예쁘고, 그냥 책 자체가 너무 예쁘다. 보라색을 가장 좋아하는 나는 받아보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두근두근. 집 안 어딘가에 전시해두고 싶다.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모지스 할머니. 좋았고 때론 나빴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밤, 따뜻한 불빛이 빛나는 방 안에서 그림책을 넘겨보며 두런두런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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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한정 특별판)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밤, 따뜻한 불빛이 빛나는 방 안에서 그림책을 넘겨보며 두런두런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따뜻하고 예쁜 책. 책 자체가 그림작품 같아서 집 안 어딘가에 전시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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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의 낮
신유진 지음 / 1984Books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까 봐 겁이 나지만,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것들을 쓰고 싶다.는 이 작가의 책을, 나는 솔직히 어딘가에 숨겨두고 아무도 읽지 못하기를 바랐다. 나만 알고 싶은 책이었다. 그 정도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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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의 낮
신유진 지음 / 1984Books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딱 한 번 파리에 가본 적 있다. 신혼여행이었다. 한쪽 엔진이 고장 난 비행기를 타고 이틀에 걸쳐 도착한 2월 중순의 파리. 영화 '미드나잇 파리'에서 보았던 파리는 거기 없었다.


겨울도 봄도 아닌 어중간한 계절, 머무르는 내내 하늘은 우중충했고 질척한 비가 내리다 말다 했다. 지저분한 거리에는 눅눅한 악취와 앙상한 가로수뿐, 대테러 경보에 텅 빈 관광지들은 문 닫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에펠탑 반대편에 내어준 호텔방 창문으로는 공사장만 보였다.


그나마 기대하며 찾은 에펠탑은 죽은 듯 가라앉은 도시 한가운데 놓인 철골 구조물에 불과했다. 에펠탑이 생겼을 때 '추악한 철 덩어리'가 세워졌다며 시민들의 철거 요구가 빗발쳤다던데 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하철을 타고 내릴 때도 커피를 주문할 때도 구멍가게에서 껌을 살 때조차 파리지앵들은 불친절했다. 2월의 파리는 그랬다. 나는 그곳에서 이방인의 기분을 사무치게 실감했다.


하지만 여행에도 취향이란 게 있는 걸까. 나는 신혼여행지 중에서 파리가 가장 좋았다. 그곳에서는 오직 남편과 나 둘 뿐이었다. 우리는 콧물을 훌쩍이며 로댕의 정원을 거닐고 오랑주리 미술관에 덩그러니 앉아 사방에 핀 모네의 수련을 바라보았다. 동양인이라곤 우리 둘 뿐인 거리를 찬바람을 맞으며 종일 쏘다녔다. 훌쩍 시간을 달려 몇백 년 전 파리를 걷고 있는 느낌이랄까. 쓸쓸하고 자연스러운 거리와 골목이 좋았다. 이방인에게 무심한, 아니 무뚝뚝할 정도로 간섭 없는 파리지앵들이 좋았다. 지저분하고 오래된, 내숭 없는 민낯의 풍경을 간직한 이 도시가 좋았다.


<열다섯 번의 낮>을 읽으며 나는 그때의 파리로 돌아간 것 같았다. ‘카페드플로르’를 읽었을 땐 작가와 함께 거리를 거닐고 카페에 머문 적 있었던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파리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소설가 신유진이 쓴 산문집. 여기에 낭만적인 파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우중충한 3월의 파리, 오래도록 이 도시를 겉돌았던 이방인의 파리가 있다.


우리 모두 어쩔 수 없다. 혹시 모를 낭만을 기대하게 된다. 지금은 이렇게 춥고 속이 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조차 아름다웠노라고 우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파리가 그렇다. 개똥과 오줌 냄새 진동하는 거리에 서서 콧물 흘리던 기억은 어느새 사라지고, 떠나고 나면 반짝이던 풍경만 남는다. - '카페드플로르'


고유명사 같은 '낭만의 도시 파리'처럼. 떠올리면 반짝이는 아름다운 날들도 그렇다. 알고보면 아무도 읽지 않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야기들로 만들어진 나날일지 모른다.


대체로 사람들은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을 바라본다. 그 이면의 것들. 이를테면 하찮은 것, 가려진 것, 서글픈 것, 초라한 것, 사라지는 것들에는 굳이 시선을 두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런 것들에 마음이 쓰인다. 신유진 작가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것들을 쓰고 싶다. 그 애가 모두가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을 쓰고 싶어 했던 것처럼. 발바닥 밑에 붙은 하찮은 것들, 광원의 반대편에 선 것들, 로자를 품은 그 애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 '로자에 대한 짧은 기억'


나는 여전히 서러운 어떤 것을 쓰고 싶지 않으나 사라진 보라색 스웨터가 자꾸만 눈에 밟혀 글자가 되어가고 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까 봐 겁이 나지만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사라지는 것들에 마음이 쓰인다. - '폭염'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 같은 열다섯 개의 이야기는 말한다. 우리가 사랑하고 미워했던 것들은 사실 그런 것들이라고. 사소하고 하찮아서 눈에 잘 띄지 않고, 어디론가 새어나가고 빠져나가 어렴풋이 떠오르곤 하는, 그러나 애써 떠올리고는 싶지 않은 그런 기억들이라


함부로 다루었던 가족사진이나 누군가의 그림자, 혹은 늙은 배우, 사라져버린 건물 관리인, 낡은 스웨터, 버려진 냉장고, 죽은 도마뱀, 누군가의 장례식 같은 것들.


그냥 지나칠 법한 평범한 일상과 사물, 알아채지 못했던 얼굴들이 작가의 펜을 거쳐 아름다운 글이 되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까 봐 겁이 나지만',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것들을 쓰고 싶다'는 이 작가의 책을, 나는 솔직히 어딘가에 숨겨두고 아무도 읽지 못하기를 바랐다. 그때의 파리를 나만 알고 있는 것처럼, 나만 알고 싶은 책이었다. 그 정도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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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입니다만 - 지금, 여기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라문숙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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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가 된 지 삼 년쯤 됐다. 두 살배기 아이 둘을 돌보는 요즘처럼 마음이 변덕스러울 때가 있을까 싶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주부이고 아내이고 엄마인 나'가 너무 버겁고 힘들다. 그러다가도 방긋, 아이들 미소 하나에 너무 행복해서 죽을 것만 같다. 살림이고 육아고 내버려 두고 도망가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애들 저녁은 뭘 먹이지 냉장고를 뒤적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식구들 먹일 밥걱정에 마음 졸이는 나를 보며 어느새 주부가 다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썩 좋진 않아서 이상하게 서글픔이 몰려오는 밤이면 나는 책을 읽는다. 한동안 밤마다 읽으며 위로받은 책 한 권, <전업주부입니다만>. 다 읽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읽어보니 식탁에 소파에 가까이 두고 틈틈이 읽어도 좋을 책이었다.


<전업주부입니다만>은 카카오 브런치에서 '단어벌레'로 활동하는 라문숙 작가의 에세이다. '주부이고 아내이고 엄마인 나'와 어떤 수식어도 없는 '나'는 그런대로 사이좋게 지내는 한 쌍이지만 종종 서로를 미워하고 무시하며 싸우고 또 애틋하게 그리워합니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전업주부의 일상과 가끔은 저곳으로 떠나고 싶은 여자의 꿈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내가 향하는 곳은 부엌이다. 부엌에서 야채를 다듬고 마늘을 으깨는 주부는 평화로워 보인다. 누구라도 애써 그녀에게 괜찮냐고 묻지 않는다. 살림은 계절이 지나고 해가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지만 살림하는 여자의 마음은 매일 다르다. 평온한 날들 사이에 억울하고 막막하고 허전하고 불안한 날들이 양념처럼 끼어든다. 그런 날엔 쉽고 단순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을 만든다. 애써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 가끔은 고요와 평안이 우선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단순 명쾌한 동작의 반복이 나를 진정시키고 식구들은 여전히 내가 궁금하지 않다. 혼자 하는 숨바꼭질이 끝날 무렵이면 생강청이 몇 병 만들어지거나 파이가 완성된다. 완벽한 숨기다. 
- 144p '부엌에 숨다'


30년 동안 주부로 살아온 시간 덕분일까. 작가의 글 곳곳에 연륜과 사유가 묻어났다. 뒤죽박죽 엉켜있는 요즘 내 마음이, 깨끗이 빨아 잘 개켜둔 옷들처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특히 '부엌에 숨다'를 읽고 크게 공감했다. 부엌에 숨어본 주부는 안다. 억울하고 막막하고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요리를 하는 마음을. 요동치는 마음을 끌어안고 무표정한 얼굴로 부엌에 숨어버리는 것이, 어렵게 속내를 터놓거나 누군가에게 위로받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다. 


하루키는 매일 20매의 원고를 아주 담담하게 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네 시간이나 다섯 시간 책상을 마주하는 하루키의 모습에 내 하루를 겹쳐본다. 하루키와 나는 닮았고 또 다르다. 하루키가 하루에 20매씩 담담하게 원고를 쓰는 동안 나 역시 담담하게 아일랜드 식탁을 치우고 밥을 짓는다. 반년이 지난 후 하루키에게는 3600매의 원고 뭉치가 남고 내게는 여젼히 커다란 아일랜드 식탁이 놓인 주방이 있다. 
- 230p '직업으로서의 주부'


'직업으로서의 주부'를 읽고는 좀 마음이 아팠다. 주부는 사회적 성취와 인정이 없는 일을 매일 반복하는 직업이다. 아침마다 텅 빈 식탁을 돌아보는 마음은 어떨까. 글을 쓰고 싶은 주부라면 때때로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마음에 우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연히 만난 박완서 작가의 말이 위안이 되었다. 


"난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아이를 키우고 식탁에서 글 쓰며 마흔에 작가가 된 여자의 말이었다. 아무것도 쓸 수 없는 날들을 산다 해도 이야기는 남는다. 아마 이 책도 그것들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주부로 살며 미처 말하지 못하고 쓰지 못했던 날들의 이야기를 모아뒀다가 가족들 모두 잠든 새벽에 조금씩 써 내려간 글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첫 장을 열어보았다. 거기서 뒤늦게 '엄마에게'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그 짧은 문장이 전부인 빈 페이지를 나는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엄마가 이렇게 나를 키웠듯, 엄마가 된 나도 아이들을 키울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선택한 이 삶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무시하고 미워하고 슬퍼하며 보내기엔 너무나 아깝다. 이 삶을 사랑하기 위해 '주부이고 아내이고 엄마인 나'와 어떤 수식어도 없는 '나'가 사이좋게 지낼 방법을 찾을 것이다. 물론 여러 번 절망하고 실패를 거듭하겠지만, 하루에도 수십번 절망하고 실패하는 주부에겐 생각보다 쉬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부엌에 숨어본, 혼잣말을 중얼거려본, 밥걱정에 마음 졸여본, 다른 삶을 꿈꿔본, 그럼에도 아침이면 다시 부엌으로 향할 주부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항상 그렇다. 기적은 기대하지도 않았던 때 생각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다. 빛나는 건 순간이고 순간이 모여 인생이 된다."  - 104p '빛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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