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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은 그만 - 할머니 손에 자란 배우의 맨주먹 정신
가자마 도루 지음, 문방울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그러니까 이 책은 첫인상부터가 좀 짠했다. 언젠가 출판사 페이스북에서 “이 책은 정말 1부도 안 팔리네요.”라며 참 좋은 책인데 사람들이 몰라주는 게 안타깝다는 편집자의 말을 보고 구입했다. 근데 사두고도 까먹고 한참 놔뒀었다. 좀 멋진 책을 읽고 싶은데, 이건 잘 모르는 저자의 가벼워 보이는 책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어쨌든 짠한 책이었다.
요 며칠 심적 체력적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잠까지 뒤척였다. 나는 너무 짜증이 나서(?) 이 책을 꺼내 읽었다. 제목이랑 표지 그림이 왠지 씩씩해 보였다. 또 이경미 감독의 추천사가 너무 내 맘 같았다. ‘나이가 들면서 참 걱정은 많아지고 잠은 안 온다’고. 그래서 읽었는데 너무 재밌다. 이 새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훌쩍훌쩍 책장을 넘겼다.
배고픈 날 새하얀 쌀밥을 씹어먹는 기분으로 읽었다. 별다른 반찬 없어도 따뜻한 밥 한 공기에 고마운 마음으로. 씹으면 씹을수록 달콤하다 맛있다 느끼던 즐거운 마음으로. 이 단출한 한 끼쯤은 같이 나눠 먹을 이가 있어 따뜻한 마음으로.
‘가난한데 그게 뭐 어때서?’ 태연히 저항하던 작가의 맨주먹 정신과 ‘인생은 어떻게든 된단다.’ 담담하게 그를 키운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의 태도에 자꾸만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종종 등장하는 온정 넘치는 이웃들과 반달 눈웃음에 씩씩하고 귀여운 일러스트도 보고 있으면 즐겁다. 그냥 지금을 열심히 사는 거지. 세상 당연한 인생의 진리가 와 닿는다. 물론, 치매 걸린 할아버지와 나이든 할머니와 이별하는 순간에는 눈물콧물 참느라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씩씩한 책이었다.
어느 시인이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듯이, 이 책을 읽고 나면 가난은 자랑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가난해봤기 때문에 감사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고, 베풀 수 있고, 어떻게든 살 수 있다. 편집자의 말대로 참 좋은 책이고 참 착한 책이었다.
깨어나면 ‘여기가 어디지’ 싶을 만큼 비몽사몽 해서 기분 나쁜 일도 중요한 일도 곧잘 잊어버렸다. - 37p
내게 좋았던 사소한 문장 한 줄. 내일은 깨어나면 수면 부족에 비몽사몽 할 테지만,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분 나쁜 일도 중요한 일도 깜빡 잊어버리고. 그냥 단 하루를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