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메리의 아들 밀리언셀러 클럽 73
아이라 레빈 지음, 조지훈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은 전편인 『로즈메리의 아기』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30년이 지났다. 정확히는 27년 동안의 혼수상태에서 깨어났고, 브램퍼드의 아파트에서 앤드루가 태어난 지로는 33년이 지났다. 급격하게 변한 세상에 적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70년대에서 1999년으로 타임 워프한 느낌일 테니까. 젊었던 자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늙은 여인이 거울 속에 있다. 여기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로즈메리는 상당히 강하다. 신기할 정도로 시대에 잘 적응하며 앤디를 받아들인다. 전편에서 암시하던 것처럼 무모할 정도의 모성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윤리의식을 잊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 정말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편에서 열심히 암시들을 무시하던 것과는 달리, 악마숭배자들을 상대하며 의심하는 법을 배웠던 것일까. 그토록 자랑스러운 앤디임에도 악마숭배자들이 그를 어떻게 길렀을지 열심히 신경을 쓴다. 


『로즈메리의 아기』의 후속편인 『로즈메리의 아들』은 전작에서 대략 30년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들 앤드루가 6살일 때 로즈메리가 쓰러지고, 앤디는 악마숭배자들 손에 자랐다. 로즈메리는 악마의 의식을 집도한 사람들이 모두 죽자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난다. 그렇게 맞이하게 된 27년 후의 세상은 한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앤디. 로즈메리의 사랑하는 아들. 성장을 놓쳐버려, 어느새 33세의 건장한 남자가 되어 있는 아들은 예수처럼 사랑받고 있었다.


"아뇨, 이건 단 한 명의 아들을 위한 거예요. 내 아들, 앤드루 존 우드하우스. 우리는 캐스터벳 부부와 이웃에 살았어요. 우리와 친구이기도 했는데, 내가 혼수상태에 접어든 후에 그 사람들이 앤디를 돌본 게 분명해요. 법적으로 입양도 했겠지만…… 어쨌든 내가 일어났으니 곧 영문을 알 수 있으리라 믿어요."_38쪽

 

전작은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며 약간 밀실에 갇힌 듯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스릴러적인 요소는 감소했다. 팽팽한 긴장은 없다. 이미 전편에서 밝혀진 비밀을 통해 어떤 문제가 있고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딘지 의심이 가는 요소가 있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앤디라는 인물 자체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이자 거짓말쟁이이기 대문이다. 앤디의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하는지 계속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닥친다. 과연 그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그러나 그 긴장의 밀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아마도 앤디의 반이 인간이기 때문이리라.

 

그는 분명 사탄의 아들이었다. 그것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아들인 동시에 사탄의 아들._33쪽

"앤디, 지금까지 모두 사실대로 말한 거지?"_53쪽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절정은 갑자기 터진다. 그러나 결말은 정 반대로 느껴졌다. 결말에 좀 어안이 벙벙했다. 이렇게 되면 너무 허무하지 않나? 전작의 완성도조차 떨어트리는 결말 아닌가? 꼭 이렇게 갔어야 하나? 차라리 후속편이 안 나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아니면 내가 뭔가를 놓쳤나? 아, 그래 수수께끼에 뭔가 더 의미가 있는 걸까? 혼란스럽다. 어찌보면 허탈하고, 뭐하자는 건가 싶고. 뭔가 놓친 게 있는 것 아닐까. 그래 분명 그럴 것이다. 안 그러면 납득이 안 된다. 

 

전작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결말이 아쉬웠다.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어디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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