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파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4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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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신상을 캐내내는 걸 보면 정말 무섭다. 그래서 가끔 내 아이디나 닉네임을 구글에서 검색해보고는 한다. 대체 어떤 정보들이 뜰지, 나는 인터넷에 얼마나 많은 신상을 흘려댔을지 걱정하면서. 트위터와 블로그에 떠들어댔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면, 나에 대해 알아내는 게 식은죽 먹기이지 싶다. 누군가 내가 헛소리 한 걸 캡쳐해둔 뒤에 그걸 가지고 협박하면? 나같은 잉여인간이 그런 일을 당할 일은 별로 없겠지만, 흑역사는 무서운 법이다.






최혁곤 작가의 『B파일』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네 명이다. 한국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는 조선족 리영민은 고향 친구들을 만났다가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리영민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사람들과, 그를 붙잡으려는 검은 양복들을 피해 도주를 시도한다. 문화부 고참기자인 윤순철은 편집국장에게 이상한 CD의 조사를 의뢰받는다. 그리고 편집국장은 죽어버린다. 해결사 일을 하는 미호는 어떤 CD의 회수를 의뢰받으나 의뢰에 차질이 생겨버린다. 신참기자 에스더는 특종을 찾다가 리영민의 연락을 받게 된다. 이렇게 네 사람이 얽혀 어떤 거대한 음모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네 명의 인물이 제각각 자신의 길을 걸어나가기 때문에 초반부에 몰입이 힘들었다. 은행원 리영민의 도주 이야기가 전개되더니 고참기자 윤순철이 맡은 일로 넘어간다. 그리고 킬러 미호로, 다시 신참기자 에스더로. 한창 전개되다가 다른 사람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뚝 끊겨버리니 맥이 풀려버린다. 특히나 아직 서로 얽히지 않았을 초반에는 더. 중반부터 인물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고 조금씩 엮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결말이었다. 리뷰에서 자세하게 쓸 수는 없겠지만 조금만 이야기해보자면, 주인공 중 그 누구도 영웅이 되지 않고, 영웅이 되려고 들지도 않았다. 이제까지 헐리우드식 서사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일까. 비현실적이면서도 극히 현실적인 그 선택에서 오히려 위화감을 느꼈다. 내가 신상정보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트위터에서 계속 떠들어대듯이 어쩌면 우리는 그런 걸 걱정하는 '척'만 하지 행동은 하지 않는 것 아닐까 싶다. 우리 대신 일을 처리해줄 영웅은 바라면서 무엇보다 자신의 안위를 바라는 것. 진실을 궁금해하지만 그 이상은 행동할 생각이 없는 것. 


영웅이 없는 이야기. 내가 이야기 속의 영웅에 너무 익숙했던 것이었던 걸까. 조금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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