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Escher (R) Pop-Ups (Hardcover)
Courtney Watson Mccarthy / Thames & Hudson Ltd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우연히 에셔의 전시회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보게 됐죠. M.C.에셔의 그림은 워낙 유명해 익숙했지만, 미술에 조예가 없었기에 작가 이름은 몰랐거든요.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여행 중에 에셔의 작품을 보게 된 거예요. 유럽의 어느 고성에서 열린 작은 기획전이었는데 손이 손을 그리고 있는 그림을 보고 '아, 나 이 그림 알아!' 싶었어요. 착시를 이용한 그림들, 예술이 아닌 놀이같은 그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죠. 변화하는 패턴들을 길게 보여주는 영상을 보고 전시회장을 나올 때는 에셔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M.C.Escher Pop-ups>는 에셔의 작품으로 만들어낸 팝업북입니다.

에셔는 판화가입니다. 주로 시각적 착시효과의 사용과 반복되며 변형되는 패턴(프렉탈이랄까)으로 유명하죠. 그러다 보니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그림들이 많습니다. 내려가면서도 올라가는 계단 같은 것말이에요. 워낙 이상하고 말이 안 되는 그림들인 탓에 팝업으로 만들어진다는 데 궁금증과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것들이 어떻게 입체로 구현될까? 가능하기는 할까?





이 책에는 펼치면서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팝업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약간 손을 대주어야 정상적이고 예쁜(?) 모양새를 갖추는 것들도 꽤 있습니다. 종이 용수철이라서 그런 걸까. 오랫동안 펼쳐지지 않은 채로 있다면 절대 튀어나오지 않을 팝업들.




<도마뱀>으로 만든 팝업. 에셔의 기존 작품으로 팝업을 만들다보니 한계가 느껴집니다. 이 작품도 아까 말한 약간 손을 대야하는 팝업에 해당됩니다.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밑그림과 팝업한 그림 사이에 있는 간격도 조금씩 어긋납니다. 자세히 뜯어보지 않으면 잘 알아채지 못할 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럼에도 이런 건, 진짜 대단하다 싶어요. 원작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




새들의 패턴으로 만들어진 뫼비우스의 띠도 이렇게 구현되고요.




<폭포>의 팝업. 이것도 간격이 아쉬운데, 작동시키기 위해서 어긋나야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전자겠죠? <폭포>가 에셔의 '물리 법칙이 무시되는 그림'을 잘 드러내주고 있는 작품이라는 걸 고려해보면 어쩔 수 없는 한계일 수도 있을 거예요. 위로 흐르는 물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는 전혀 감이 안 잡히니까요.




이 팝업북은 에셔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느낌을 온전하게 전해주지는 못합니다. 2D속의 기괴한 세계가 현실로 나오면서 정상적인 논리 법칙 속으로 돌아가버리는 결과를 낳았죠. 덜 이상해 보이거든요.

그럼에도 전 이 '시도' 자체가 감탄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에셔의 그 작품들을 입체로 만들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 특히나 '팝업'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그렇기 때문입니다. 100퍼센트는 아니라도 70퍼센트는 구현해냈다는 게 내 의견. 하지만 이런 의견 따윈 중요하지 않겠지.

그리고 어쨌든 에셔의 작품은 매력적이잖아요. 이런 독특한 작품집 하나 정도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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