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만화로 읽다 - 학교, 미술관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미술 이야기
장우진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고흐의 <해바라기> 앞에 섰을 때 생각했다. '이거야? 별로 감흥이 없네. 생각보다 색도 더 칙칙하고.' 

다 빈치의 <모나리자> 를 보고 생각했다. '다들 별 거 없다더니 진짜 별 거 없구나. 멀리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고.' 
뭔가 느낄 수 있을까 한참을 봤지만, 결국 감동 없이 모나리자를 봤다는 인증샷만 찍고 돌아섰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들은 수없이 복제된다. 우리는 손 쉽게 걸작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예술이란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들어왔다. 아우라는 상실되어 가고, 나는 유명한 작품들의 앞에서도 감흥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근데 진짜 아우라의 상실 때문인가? 그냥 내가 아는 게 없어서 아무 것도 못 봤던 것은 아닐까?




장우진 작가가 그리고 쓴 『미술, 만화로 읽다』는 미술을 읽는 눈을 빌려준다. '미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답을 찾기 위해 책 전체를 할애한다. 역사별로 달라져온 미술의 기준, 장르의 변화, 작품과 작가, 감상자의 관계. 미술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 등의 수 많은 인물들을 끌어온다. 알던 이야기, 모르던 이야기가 나와 뒤죽박죽으로 미술에 대해 떠들어댄다. 작가의 식견을 대변하듯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이 책의 부제는 '학교, 미술관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미술 이야기'이다. '정말 알려주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솔직히 약간 회의적이다.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 배우고 미술관에서 겪었던 내용이 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조금 관련된 전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전공자들에게 이 책은 많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술이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에게는 『미술, 만화로 읽다』가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책은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미술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관해 가볍게 접근하려 한다. 마냥 가볍지도 않지만, 또 마냥 무겁지도 않다. 미묘한 균형을 지키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설명을 위한 장치로서의 만화이다 보니, 만화 자체의 재미는 놓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어렵지도 않다. 어려운 이야기를 펼쳐놓지만, 깊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술술 읽히다가도, 생각을 해보기 위해 잠시 멈춰야 한다. 많이 듣던 이야기인데, 읽어보니 색다르다.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친근하다.

이제 사진과 영화가 회화와 조각보다 사실에 대한 더 객관적이고 믿을만한 기록이 된 것이다. 셔터만 누르면 손쉽게 실제 모습과 같은 환영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자연에 대한 모방, 환영은 이제 환전히 끝나버린 문제일까?_317쪽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어렵고.

책은 플라톤의 그림자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미술이 그림자라면, 그림자를 읽어내는 노력이 있어야 실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색다른 관점에서 쓰인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 미술을 볼 때를 대비한 기초를 다지기 좋다고 보인다. 미술은 무엇인가에 대해 사색할 거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도. 

그렇다, 사색할 거리. 책을 읽는다고 미술이 그냥 쉬워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러가지 개념들이 들어온 만큼 괜히 더 어렵게 보일 수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이지만, 아는 만큼 어려워지기도 하는 법이니까. '미술의 개념이 이렇게 저렇게 발전해서, 그래서 지금은 뭐가 미술이라고?'스러울 수도. 그러나 답을 찾는 표지판이 되어 줄 수도 있는 일. 개별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 미술을 더 잘 보기 위한 배경 지식을 넣어주는 데 주력하니 그 배경지식을 잘 쌓아 올려보자. 

작가와 공모해 상상력을 발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작품은 단순한 붓질, 물감 덩어리가 아니라 세상과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결국 자연을 모방해 예술을 창작하고 그것을 감상하는 모든 일이 심리적 차원, 즉 우리의 마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_149쪽



내멋대로 볼래요.

책을 읽고 나서 내린 결론 치고는 참 이상하지만, 남들 좋다는 그림을 굳이 즐기려고 할 필요는 없는 것같다. 미술 작품이라는 게 시대마다 기준이 다른 거라면, 좋은 미술작품의 기준이 개개인마다 다른 건 당연한 것아닌가. 난 <모나리자>와 <해바라기>에는 실망했지만, 클로드 모네의 <웨스트민스터 다리 밑의 템즈강>이나 존 싱어 사전트의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앞에 한참을 서있었다. 모더니즘이든 아방가르드든 포스트 모더니즘이든 인상파든 건축이든 조각이든 간에, 내가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내 방식대로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 물론 알면 더 재미있겠지만. 

세상엔 많이 알아서 병이 되는 경우도 있다.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한 나머지 그림 앞에서 아는 사실을 복습하거나 눈도장 찍기에 바쁜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아는 체보다 애정 어린 관찰이 아닐까? _57쪽




+다비드상 종이 인형 놀이는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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