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로스드 ㅣ 매치드 시리즈 2
앨리 콘디 지음, 송경아 옮김 / 솟을북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크로스드』는 매치드 시리즈의 두 번째 권.
이 서평은 『매치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매치드 : http://dalaiaca.blog.me/110130085686
척 보기에도 비정상적인 사회라면, 거기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없을 리가 없다. 삶이 억압당할 때면 자연스럽게 자유를 꿈꾸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사회가 믿을 수 없이 강력할 때, 그 사람들은 음지로 숨어들어 비밀 결사를 결성한다. 겉으로는 일상을 영위하며 뒤에서는 혁명의 꿈을 꾸는. 그런데 어두운 곳까지 숨어든 세력과 접촉하려면, 그들과 함께 행동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어떻게 찾아야하는 것일까.
『매치드』의 다음 권인 앨리 콘디의 『크로스드』는 디스토피아 사회인 소사이어티를 떠나 봉기세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카시아와 카이는 전 권의 마지막에 이별을 했다. 카이는 다른 어딘가로 분류되어 보내졌고, 카시아는 그를 찾아 나섰다. 총알받이로 보내졌던 소년 소녀들은 협곡으로 도망치고, 카시아는 카이의 흔적을 쫓아 간다. 소사이어티에 대한 반역과 인도자의 꿈을 꾸면서.
카이와 카시아
크로스드는 모두 카시아의 시점에서 전개되던 매치드와 달리 카이와 카시아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준다. 그렇기에 '소사이어티'의 일면만을 보여주던 매치드와 달리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일탈자로서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카이의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카이의 과거, 그의 가치관. 카시아의 꿈과 카이의 꿈 사이의 어긋남. 카이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생각만큼 이상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그것으로 카이와 카시아가 미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가운데, 젠더가 '게임'을 함으로써 세 사람은 여전히 아슬아슬한 삼각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 우리가 카빙 대협곡에서 뭔가를 발견하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누구를 이끌려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살아남기만을 바랐다. _82쪽
'하지만 할아버지, 저는 제가 이해한다고 생각한 만큼 할아버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 시 두 편이요. 저는 할아버지의 의도를 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제가 믿기를 바라신 건 어느 쪽이었어요? _232쪽

두 세계 사이를 잇는 강
매치드가 소사이어티 내부의 사회를 섬세하게 보여주었다면, 크로스드는 소사이어티 밖의 남겨진 세계를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하게 만든다. 일탈자들 사이의 막연한 희망과 소문, 소사이어티의 통제에서 벗어났던 사람들, 그리고 거대한 자연. 소사이어티 밖의 야생. 매치드에서만큼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여로를 따라 스쳐가는 풍경들은, 시스템보다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필연적 환경과 맞서싸운다는 느낌을 전해다 준다. 그리고 그 싸움, 그 추격은 과거와 이어지며, 희망과 이어진다. 크로스드는 소사이어티와 봉기 세력 사이를 잇는 선이며, 매치드와 다음권인 리치드 사이에 놓인 다리다.
매치드에서 보여주던 선명한 색채는 이번 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소설은 빨강, 파랑, 초록색으로 완연했다. 단순히 세 가지 색이던 것이 소사이어티 밖으로 나오면서 색의 스펙트럼이 더 다양해진다. 카빙 대협곡의 붉음은 소사이어티의 빨강과 다르고, 그렇게 색채는 다양성을 되찾아간다. 소사이어티 안에서의 느꼈던 다채로움은 사실 의도된 것이었다는 듯이.
어렸을 때 어머니는 내게 색깔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파랑."
어머니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물을 가리키면서 다시 '파랑'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내가 고개를 흔들었다고 했다. 하늘의 파란색과 물의 파란색이 늘 같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한 색깔의 모든 색조에 똑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내가 오리아에 살게될 때까지-걸렸다. _290쪽
매치드 시리즈가 조지 오웰의 『1984』의 영어덜트 버전이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이 시리즈는 가장 기본적인 모습의 통제 디스토피아 사회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YA소설답게 마냥 무겁지도 않고, 가볍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소사이어티라는 체제를 정말 충실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 권에서 앨리 콘디가 소사이어티의 어떤 이면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