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워 시공그래픽노블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지음, 최원서 옮김, 가브리엘 델 오토 그림 / 시공사(만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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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게, 마블 세계관에 참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반복학습의 위력은 대단해서 처음에는 재미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읽었던 것들의 지식은 갈 수록 쌓여가고 나름대로 재미도 있다는 거. 미국 코믹스에 나를 끌어들인 모님은 정말 못됐다. 근데 요새 DC가 더 좋아서. 





『시크릿 워』는 꽤 인상적으로 시작한다. 워싱턴 DC의 익명의 누군가가 브라이언 밴디스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용해서 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적어둔 것이다. 실화에 영웅의 껍질을 덧입힌 것이 바로 시크릿 워라고. 이렇게 시크릿워는 초반부터 현실성. 리얼리티를 은연 중에 깔고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조에 무거운 분위기이다. 이야기 자체가 비밀스런 전쟁에 대한 것이다보니 어두울 수 밖에 없겠다. 그림이 이야기와 꽤나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다. 





라트베리아에 잠입하기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하는 빌런(악당)들이 라트베리아의 원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 닉 퓨리는 정부에 이야기를 하지만, 정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관여하지 말라고 하고, 퓨리는 자체적으로 일을 해결하기로 한 후 영웅들을 불러모은다. 영웅들은 꽤 까다롭게 선정된다. 캡틴 아메리카, 데어데블, 울버린, 스파이더맨, 블랙위도우, 루크 케이지. 이런 소수 정예. 라트베리아에 잠입해 비밀 작전을 진행한다. 그리고 1년 후 빌런들이 일전의 멤버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지나친 디테일. 내용의 뻥튀기


이야기는 상당히 정교하게 짜여있다. 시크릿 워는 재미있게도 컷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만화형식이만이 아니라, 쉴드의 문서 자체를 우리 앞에 들이민다. 심문 기록, 빌런 프로필, 영웅들을 심사한 과정, 계획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준비한 지령까지도. 그런데 그 많은 디테일이 아쉽다. 많아서. 부록같은 이것들을 빼고 본편을 더 그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주지 않고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이야기를 짜맞추기를 바란 모양인데... 제일 중요한 사건의 전개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이런 형식을 제시한 건 '비밀스러움'을 위한 장치였겠지만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 읽고 나니 만화 본 기억은 없고 문서 본 기억만 있어. 왜 하필 저 멤버들이 닉퓨리의 팀에 선정되었나하는 의문은 풀어주지만 정작 라트베리아가 왜 그런 짓을 했는가라는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로 남겨둔다. 인물들은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같다. 결국 이야기를 저런 부가 설명으로 뻥튀기 해놓았다는 느낌도 있다. 정작 비밀은 풀리지 않고, 그냥 끝이 나버렀다는 그런 느낌. 



마들 코믹스 중에서도 난해하다고 하던데, 난해하다기보다는 불친절했다. 

'시크릿 워'답게 많은 것을 독자에게조차 비밀로 묻어두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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